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합니다

패션 큐레이터 2011. 11. 22. 15:41

 

 

부산한 뉴욕 출장 일정을 마치고 쉼의 여유없이 이어지는 기업특강을 위해 밤을 새워 자료를 준비하던 지난 9일 이른 아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프로그램의 담당 프로듀서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패션에 대한 색 다른 강의를 준비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강의 제목이 <샤넬과 유니클로 : 패션의 두 가지 얼굴>인데 알고 보니 엘지 경제연구소와 포털이 올해의 테마로 선정한 표제어 중 하나란다. '그녀의 화려한 뒷태' '연예인 굴욕패션'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패션 꼴불견' 과 같은 제목을 가진 글들이 포털 사이트를 점령하는 동안 패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올 해 상반기엔 온통 블로그와 방송, 뉴스엔 연예인의 상의실종/하의실종 패션이란 단어가 모든 지면과 공간을 잠식했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의 존재론이란 꽤나 따분한 주제처럼 들리는(사실 느낌으로도 무겁긴 하다) 소재를 택한다는 건 무모한 도전일수도 있다.

 

블로그를 쓰면서 하나같이 메인에 뜨는데 연연하고 열망하며, 포털이 주는 밑밥을 덥썩 물어재낀 블로거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입으로는 사회에 대한 변화와 소통이란 단어를 내뱉지만, 개인의 극화된 나르시스즘만 인터넷 공간에 창궐하는 세상. 이런 세상의 인간들을 껴안는 저 옷이란 실체를 말한다는 것은 너무나 다양한 화두를 담기에, 15분이란 시간은 짧기만 하다.

 

사실 샤넬과 유니클로란 두 개의 브랜드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그들의 시장성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브랜드가 표상하고 있는, 우리시대 패션 시장과 소비자들의 멘탈리티에 대해 따끔하게 그러나 현실로 다가온 것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칭 명품이라고 불려지는 프랑스 럭셔리 제품들과 대중을 위한 SPA 의류들, 그 사이에 어떤 윤리적인 태도의 선을 긋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상품에 대한 매체와 홍보산업의 물타기로 인해 우리는 명품이란 단어에 대한 의미를 잘못 학습하고 있기도 하고. 두 가지 브랜드가 단순히 두 개의 브랜드가 아니란 것, 이제 조금은 이해하실것 같다.

 

설레기도 하고 떨린다. 방송출연은 자주 했지만 대부분 미술 속 패션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혹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림으로 시사를 풀어내는 일, 혹은 영화 속 패션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패션이란 본질에 대해 한번도 육중한 질문을 던질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패션담론이 없는 나라, 그 속의 우리들은 누군가의 평가와 반응에만 목 말라있을 뿐, '스스로'를 위한 착장의 시간을 없었다. 세상을 바꾼다는 건, 15분이란 한정된 시간동안 내가 토해낼 수 있는 메시지는 작고 힘없는 것이지만, 패션의 두 가지 멋진 표정을 전달한다는 건 적지 않은 부담감이다. 그러나 행복한 짐이니 걱정말자.

 

내게 주어진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최대한 쓸 수 있기를 바람하며......12월 2일 저녁 7시......온라인과 방송을 통해 만나는 이들의 가슴을 덥혀줄 수 있는 말을 던지고 싶다. http://bluezine.tistory.com/393 으로 접속해서 신청만 하면 된다. 발표자료까지 함께 공유하고 같이 나누는 한국형 테드. TED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