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뉴욕에서 보낸 한철.....혹독함과 따스함 사이에서

패션 큐레이터 2011. 11. 11. 08:35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뉴욕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컬럼버스 서클의 중심에 있는 디자인 공예 박물관에서 열린 <코리언 아이>展 오프닝 파티에 참석했고, 이곳에서 설원문화재단에서 후원하고 조직한 전통 자수장의 자수 시연도 함께 취재했습니다. 현대미술의 심장부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에 최선을 다해, 도슨트 봉사도 했고요. 시간을 내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이탈리아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와 MOMA에서 열린 윌렘 데 쿠닝의 회고전, 브룩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젊음과 아름다움' 전을 봤습니다.

 

 

이외에도 F.I.T 뮤지엄에서 열린 우리시대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아이콘, 다프네 기네스 전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복식연구소에 들러 자료들을 모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한국미술을 마케팅 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요. 무엇보다 패션과 관련하여 좋은 디자이너들을 우연찮게 만날 수 있어, 그들과 나누는 한담의 시간이 행복했던 여행입니다.

 

예전 패션 바이어 시절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신인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고, 편집샵이 대세가 된 지금, 물리적으로 빈 공간을 채울 인디정신이 충만한 디자이너들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좋은 카페에서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의 참여자로서 '새롭게 부상할 수요'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죠. 예쁜 카페들과 패브릭 가게, 스타일 감각이 충만한 편집샵들을 엄청나게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패션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인류학과 마케팅전략이란 두 개의 관점을 항상 견지하며 일상의 사물을 보고 사람들의 말을 듣습니다. 여행은 언어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통어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극대화시키는 정신의 틀입니다. 그 틀을 예쁘고 멋진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하나씩 시간을 내어 풀어가야겠지요.

 

 

세계 패션의 중심지 뉴욕의 패션 거리를 다니며 다양한 샵들과 편집방식,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살펴보는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스티브 매든 매장에 들러 멋진 브라운 컬러의 스웨이드 소재의 부츠도 하나 사서 신고요. 10월 29일에는 뉴욕 전역에 폭설이 내려, 10월의 마지막 주, 가을의 눈내리는 밤을 맞아야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네요.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월스트리트에서, 현재 진행중인 Occupy Wall Street 시위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하는 동안 CNN에선 시종일관 한국의 교육방식을 받아들여 미국의 공적 교육을 고치자는 논평들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 대한 소식들이 끊어지지 않고 나왔습니다. 양면의 얼굴을 가진 도시, 뉴욕의 포도위를 걷는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 이제 그 시간들의 앙금을 하나씩 따스한 물에 풀어내야 할 시간이네요. 아침 기획회의 들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