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뉴욕을 아기자기하게 즐기려면-윌리엄스 버그로 가라

패션 큐레이터 2011. 11. 16. 13:31

 

 

이번 뉴욕 여행은 무엇보다 거대한 도시의 이면들

 그 속에서 올망졸망 예쁘게 살아가는 오브제들과 사람들, 그들을

담는 풍경을 몸 속에 담아오고 싶었습니다. 여행 첫날, 브룩클린의 윌리엄스 버그

지역을 돌아다닌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 특히

영화를 통해 비춰진 브룩클린의 이미지는 항상 어둡고

신산한 면모들을 갖기 일쑤였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브룩클린 지역을 돌면서 하나같이

그라피티 문화에만 착종하거나, 그들이 벽에 남긴 그림들을

찍어 블로그를 도배하며, 어두웠던 이 지역적 기반의 역사를 이야기

하기도 했지요. 실제로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같은 영화를

봐도 하나같이 어두운 느낌만이 화면의 미장센을 채웁니다. 과연 영화 속 이미지와

실제 도시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브룩클린의 윌리엄스 버그는 힙스터라

불리는 대안문화/하위문화의 발상지입니다.

 

 

도착했을 때가 한창 할로윈 데이를 준비하던 때라

거리 곳곳에는 할로윈 파티를 위한 호박과 각종 인형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더군요. 거대한 창고들이 즐비하게 선 선창가의

회백색 벽을 닮은 하늘빛, 그 아래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따스한

마음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빈티지 데님의 낡은 듯한 편안한 감성과 환경을 의식

하는 에코적 사고, 앙징맞고 즐거운 아이들을 위한 패션과 도자기 샵. 거리 곳곳을 다니며,

새겨진 흔적들을 복원하는 일은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맨해튼 동쪽의 이스트

빌리지에 살던 언더 그라운드 영역의 예술가들이 솟아오르는 지가를 피해

90년대 중반부터 강을 건너, 이곳에서 자리를 틀면서 만들어진

이곳, 바로 힙스터 문화의 발상지, 윌리엄스버그입니다.

 

 

브룩클린은 오늘날 뉴욕의 5개 지구 중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1898년 뉴욕에 합병되기 전까지만 해도 독립시로서 그 정체성을 지켜왔던 곳 답게

뉴욕의 이스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자신만의 문화들을 유지할 수 있었죠. 이들 지역의 모토는

 Eendraght Maeckt Maght 네덜란드어로 "뭉치면 힘이 된다'입니다. 뉴욕의 중심지로

부터 발원하는 상층 부르주아 문화에 저항하는 힙스터 문화가 시작된 것은

바로 이런 정신적 기저에 그 뿌리는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윌리엄스 버그 지역은 아침부터 점심까지

돌아보기 좋은 지역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사이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위의 초컬릿 공장에서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각종의 초컬릿을 맛보는 것도 좋고요.

 

 

저도 수제 초컬릿을 좋아해서 몇 개 샀답니다.

 

 

천성이 피륙과 직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을

좋아하기에, 실내 인테리어 가게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서 지하철로 딱 3구역만 가면 되는 거리이고

지하철 역 베드포드 에비뉴를 중심으로 상권이 모여 있기에, 언제든 한번쯤

뉴욕의 아기자기함을, 느끼고 싶을 때 가면 좋은 윌리엄스 버그입니다. 사진 속 장소는'

퓨처 퍼펙트란 인테리어 하우스입니다. 다양한 실내 장식 용품들과 직물로

짠 멋진깔개며 장식장들, 그릇들, 이런 걸 보는 게 좋다면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듯 합니다. 저도 한참동안 있었네요.

 

 

여기는 이번에 새로 개장한 가게인데요.

손님들이 다양한 도자기와 그릇을 골라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색칠을 하고 가져갈 수 있는 곳입니다.

보통 7불 정도를 주고 자신의 작업을 할수 있어요.

초컬릿 공장 옆에 붙어 있어요.

 

 

점원이 어찌나 친절한 지 한국에 돌아가면

꼭 이 매장을 블로그에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답니다.

  

 

베드포드 거리에 있는 북유럽 풍의 브런치 카페에서

아침 겸 든든한 점심을 먹고(샐러드와 계란, 감자요리) 나섰습니다.

사진 속 카페는 블루보틀 커피라고 올해 3월에 문을 연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하는 핸드 드립 커피 가게에요. 사진 중간에 보이는 플라스크 모양의 드립장치를 통해 걸러내는

커피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는 커피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발산하기에 뉴욕에서 점차 자리를 얻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쿠키도 맛나 보여서 하나 고르고, 블루드립커피도 한잔 시켰습니다.

진합니다. 맛도 향도 강한 느낌이지만, 브런치를 먹고 나른한 느낌이 들때

커피 한잔을 하니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돌기하는 것 같더라구요.

 

 

여기는 제가 꼭 가보고 싶었던 아동복 가게입니다.

스위트 윌리엄스라고, 한국에서도 알려져있죠. 여기 주인이

브로나 스탈리라고 예전 폐간된 <쿠키>라는 잡지의 에디터였습니다.

자신의 감각을 이용해, 다양한 아동용 물품들을 큐레이팅해서

가게에 갖다놨는데 하나같이 귀엽고 예뻐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서 아이들의 건강에도

부담이 없고 인디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빌린 터라, 작품 하나하나

저같은 키덜트들을 사로잡기엔 아주 멋진데요, 단 가격대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외에도 브룩클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 패션 디자이너들의

샵도 들러서 상품을 살펴봤습니다. 에스닉한 풍의 패턴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요즘  한국에서 조금씩 인기를 끌기에,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고 왔어요.

이외에도 뉴욕 매거진이 뽑은 베스트 여성 부티크인 <버드>에 들러서 필립 림 과 알렉산더 왕

이사벨 마랑,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와 같은 최고 디자이너 상품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브룩클린은 빈티지와 창업정신, 뉴욕의 도도한 쁘띠 부르주아에 대항하는

힙스터 정신이 시작된 곳이기에, 길의 면면에 담긴 따스함을, 가을의 햇살 아래

발견해보는 즐거움과 행복이 더욱 컷습니다. 그래서 행복했고요.

 

 

이날 정말 날씨가 좋았습니다. 오전에서 점심까지 거리를 산책하며

할로윈을 준비하는 부산한 손길과 흥겨운 정경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여행은 자발적인 귀양이라고 하지요. 여행기간 동안 그렇게 잘 먹었는데도 살이 쏙 빠쪘어요.

사진은 여행초기라 말라보이진 않네요. 몸에 쌓인 스트레스와 상처들, 글을 쓰느라 눅진하게 이끈 몸을

새로운 균형과 시간대, 풍경  속에 집어넣으며 행복했던 시간 때문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게

아닐 까 싶습니다. 브룩클린......은 너무나도 따스한 도시였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

나무 목질부의 테이블 위로 사선으로 쏟아지던 강렬한 오전의 햇살.

이 모든 것들이 외로운 여행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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