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뉴요커처럼 쇼핑하고 싶을 때-콜럼버스 서클에 가라

패션 큐레이터 2011. 8. 19. 02:15

 

 

뉴욕의 콜럼버스 서클입니다.

타임 워너 센터는 유명한 쇼핑센터지요.

이번 뉴욕 여행은 유독 패션과 관련된 쇼핑을 많이

하러 다녔습니다. 맨날 글만 쓰고 있으니, 현실적인 감각을

확인할 길은, 그래도 한국에 없는 다양한 브랜드를 보고, 행여나

가져오고 싶은 브랜드들을 타진해보거나 하는 식의 일들을 해봐야 하니까요.

 

 

콜럼버스의 기념비는 콜럼버스 서클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콜럼버스 미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조각가인 가에타노 루소가

만든 작품입니다. 1892년 이 조각비가 세워질 때, 뉴욕에 기반을 두고 이탈리아어로 신문을

발행하던 <일 프로그레소>지가 공사건축에 필요한 돈을 충당했다고 합니다. 21미터 높이 위에 우뚝 선

콜럼버스의 상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고요. 밑에는 화강암으로 뱃부리 형상을 본떠 원주식으로 만든 기둥이

받치고 있지요. 이 기둥은 미 대륙 발견 당시 콜럼버스가 가지고 있던 세 척의 배를 돋을새김한 청동

부조로 장식하여 멋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받침대엔 지구를 들고 있는 천사가 있습니다.

 

 

콜럼버스 서클은 뉴욕 센트럴 파크의 남서부 코너에 있습니다.

일종의 교차로인데요 이곳에서 8번가와 브로드웨이, 남부 센트럴파크과 서부가

갈리지요. 뉴욕 시내의 블록별 거리는 이 콜럼버스 서클을

기점으로 측정한 값이기도 합니다.

 

 

콜럼버스 서클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그만큼 쇼핑을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도 이 서클 등지에서 촬영을 했죠. 이외에도 <나는 전설이다> <다이하드> 등 수많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워너 센터 들어가기 전, 휴고 보스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봤습니다.

간절기다 보니, 여름 상품과 가을 상품이 혼재되어 걸려 있지요. 패션의 이중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간절기가 의외로 재미있답니다.

 

 

쇼핑센터 앞에 놓여진 로메로 브뤼토의

베어 인형 조각입니다. 귀엽지요? 로메로 브뤼토는

한국의 공공미술 작품 속에도 종종 발견됩니다. 그만큼 인기가 많죠.

 

 

내부로 들어오면 에스컬레이터 타기 직전

두 개의 멋진 거대한 조형상을 보게 될 겁니다. 아기가

작품을 향해 손을 뻣는 모습이 귀엽네요.

 

 

차양막이 멋져서 한컷 찍었습니다.

 

 

쇼핑센터의 규모답게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르마니, 코치, 휴고 보스, 18세기 풍의

멋진 헌팅 재킷을 파는 토마스 핑크,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인 스튜어트 바이츠먼의

숍도 있습니다. 간절기다 보니 신상품들이 일부 들어와 있어 그것들 보는

재미로 이래 저래 다양한 매장들을 걸어다녔습니다.

 

 

다른 브랜드보다 유독 제겐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가 하나 있습니다.

일리노이 출생의 디자이너 아일린 피셔입니다. 그녀의 매장에서 꽤 오랜동안

신상품들을 살펴봤습니다. 유기농 오거닉 소재를 이용해 몸에 편안하게

안아주는 그녀의 디자인을 좋아하거든요. 드레이프도 많이 써서

아주 우아한데다, 넉넉하게 사이즈가 나와서 좋습니다.

 

 

 

뉴욕이 본사인데요. 매장이 45개인가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주로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서 일부 상품들이

팔리던데요. 저는 그녀의 비대칭과 드레이프를 이용한 우아한 디자인이

좋더라구요. 아시아 고객들을 타겟으로 하는지 프린트 광고에도

항상 동양여성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물의 물성을 그대로, 자연스레 잘 살려준 옷을 좋아한 터라

피셔의 매장에서 오랜동안 옷을 살펴봤습니다.

 

 

아주 비싼 명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중가격대의 스테파넬이나 베네통도 있습니다. 그때

세일기간이었는데요.

 

 

세일표시가 달린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꼭 죽음을 향해 불구덩이로 날아가는 피닉스가 생각납니다.

물론 그 불꽃에 몸을 태우고 나면 다시 자신의 새로운 옷을 입고 부활하지요.

패션은 그런겁니다. 죽음과 소멸, 재탄생을 반복하는 참 지겹도록

오래된 인간의 집단 행동이니까요.

 

 

이외에도 패션 액세서리 전반에 걸쳐 명성이 높은 Cole Hann도 있고요.

모자를 보고 싶어서 들어갔더랬습니다. 미술 도록을 너무 많이 산 탓에, 정작

마음먹은 패션 상품들을 많이 못샀습니다. 록시땅과 아베다 매장에 들러 선물용 몇 개

산 게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이번 뉴욕 여행에서 모 블로거와 만날 수 있었다면

(여성분이겠지요?) 가보고 싶은 끝내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음식평론 및 평가기관인 미슐랭에서

별 3개를 받은 두 개의 레스토랑이 있거든요. 뉴욕에 있는 동안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라 공연에 빠져 제게

연락을 못 했으려니 합니다. (바람 맞은거라 생각하면 제가 슬퍼지잖아요 ㅠ.ㅠ)

어찌되었든 윈도우 쇼핑을 하기엔 여기만큼 편안하고 쾌적한 곳도

없었지 싶습니다. 물론 버그도프 굿맨만 빼놓고요.

 

 

미슐랭 가이드에서 선정한 레스토랑 대신

저는 쇼핑몰을 나와 왼편에 있는 공예 디자인 박물관의

꼭대기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밥 보다는 후식을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가득 리필해주는 따스한 커피 한잔과 케익과

아이스크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올라갔습니다.

 

 

여기 카페가 좋은게 콜럼버스 서클 전경이 모두 보이고요.

뉴욕 센트럴 파크의 거대한 초록빛 숲의 전경들이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카페 인테리어입니다. 색감이며 테이블에 놓여진

장식들이며 디자인 박물관 답게 아기자기하고 예뻤습니다.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달콤한 케익과 아이스크림을

와구와구. 역시 오랜 보행으로 지친 다리에 힘을 주기엔 단 것이 좋은가봐요.

하지만 다이어트엔 적이겠지요. 그래도 이번 여행은 참 받은게 많습니다. 좋은 분을 만나서

솔직히 혼자서 여행했더라면, 언감생시 꿈꿀 수 없을 정도의 멋진 만찬이나

파티, 멋진 곳에서의 강의 등, 저로서는 호사를 누렸으니까요.

 

뉴욕은 중세 풍의 단아한 유럽의 도시와 달리 대도시입니다.

호불호가 의외로 갈리는 도시이기도 하죠. 하지만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뉴욕만큼 너무나 볼게 많고 느낄게 많은 도시도 없을 듯 합니다. 유럽도시들이

의외로 줄 수 없는 역동성과 다양한 멋도 있는 곳이죠. 이런 곳에선 소비의

첨병문화, 쇼핑에 한번 쯤 빠져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쇼핑도

현명하게 브랜드의 역사들을 공부해가면서 할 수 있으면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접근법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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