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뉴욕 아트 앤 디자인 박물관에서-공예정신의 끝은 어디인가

패션 큐레이터 2011. 8. 28. 19:21

 

 

뉴욕 콜럼버스 서클에 관해서는 이미 전 포스팅에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 서클의 핵심에 있는 아트 앤 디자인

뮤지엄에 관한 이야기를 쓸 차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박물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나같이 뉴욕 여행한다고 하면, 세계를 간다류의 책을 들고

가는 분들이 여전하다보니, 디자인 관련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박물관, 혹은 사진 관련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박물관 등, 특화된 뮤지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여행이란 것도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확장된 나 자신을 만나는 일이지요.

 

 

아트 앤 디자인 뮤지엄은 디자인의 다양한 영역들을

특화시켜 소장과 보존, 전시를 담당하는 박물관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천편일률적인 인식만 가득한 이 나라에서, 이런 공공 박물관의

존재는 고맙기만 합니다.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란 과연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있는지 '사유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이게 없이 단순하게 외국의

어디를 다녀왔더니 '좋더라' 류의 의식은 미안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견'들이

점증 이외에는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이런

것들을 비평하고 우리의 것을 재발견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이런 공부가 뒷받침 될 때, 서울이란 화두를, 이 도시의 디자인을

어떻게 풀까에 대한 생각을 '우리가 나름의 대안을 세워서' 올려볼 수가 있죠.

그런 점에서 오시장이 그나마 빨리 물러난 건 서울의 디자인 참사를 막기 위한 최선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히 이야기 하건데, 저는 그의 한강 르네상스나 뱃길사업

세빛둥둥섬과 같이 전시성 디자인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산을

들여 철저하게 현시적인 자신의 과욕만을 드러냈을 뿐, 어디에도

디자인의 원칙은 없습니다. 그에게 공부가 필요한 이유지요.

 

 

아트 앤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유리공예, 보석, 목조공예

패션, 3세계의 전통 공예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공예와 디자인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1956년 자선사업가였던 아일린 오스본 웹이 이 뮤지엄을

설립한 이후로 1986년, 지금의 53번가 40 West 53rd Street로 주소를 이전합니다. 그리고

미국 공예 박물관으로 개칭을 했고 이후 2002년 다시 예술과 디자인 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현재 콜럼버스 서클로 자리를 옮긴것도 이때지요.

  

 

뉴욕의 뙤약볕을 피해, 초록빛이 가득한

센트럴 파크를 또 한바퀴 돈 후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 눈망울이 또록또록, 세상 어디를

가도 아이들은 참 예뻐요.

 

 

지금 이곳에선 여러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뮤지엄 부관장님과 약속을 잡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Otherworldly 전시를 봤습니다. 사진으로 보셔서 아시겠지만

말 그대로 다른 세계를 표현하는 공예정신의 발현입니다. 미니어처들이 하나같이 현실의 실사

처럼 정확하고 정교하지요. 실제 세계속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만들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작업한 것들입니다. 현실의 경계와 비현실의 경계를

묻는 작업인데요. 손으로 만든 세계가 워낙 정교하다보니 속게 되죠.

 

 

작품 전시가 이어지는 수 층에 걸쳐, 다양한 디자인의 상상력들을

훔쳐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곳의 6층에 자리잡은 작가들의 레지던시입니다.

다양한 공예작가들을 모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작업을 실제

판매와 연결시켜 주고 있지요. 기업은 작가의 상상력을 사되, 그저 한국처럼 이용해 먹거나, 어떻게 하면

돈을 주지 않고 슬쩍 훔쳐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요. 대기업과 관공서들은 반성하세요.

맨날 같잖은 영어표현이나 기획안에 써서, 디자인 스마트 서울 어쩌고

하는 식의 현수막이나 걸지 마시고요.

 

중요한 건 디자인의 영감이 태어나는 바탕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도용하고 카피하는 문화가 여전히 쉬운 나라이고 이에 대해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일개 디자이너가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어려운 나라에선 이런 바탕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가 빚내상스가 되고, 세빛둥둥섬이 혈세둥둥섬이

되는 건 다른 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지요. 이런 정책을 보고도, 비평할 눈이

없는 우리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돌릴 수 밖에요.

 

 

12권의 도록과 2권의 한정판 전시 카탈로그를 구매해서

돌아왔습니다. 장인의식을 외치는 시대, 그러나 정작 장인의식을

키우기 위해, 육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토대에 대한 의식은 전무한

이 나라에서, Craftsmanship 장인의식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희망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건 의식을 함께 하고 있는 숨겨진 컬렉터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들과 함께 지혜롭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설비들을 만들어가야지요. 절대로

국가의 도움을 받거나, 한 푼의 예산도 받지 않고 진행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을 할 때,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면 꼭 필연적으로 개입되는게, 정치인들의 자기 현시

욕구와 맞물릴 일말의 계기도 줘서는 안된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그들은 입으로

장인의식과 디자인을 외칠 뿐,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차기 선거일 뿐이죠. 이 땅의 문화

예술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여기에 관공서에 붙어서, 자칭 자문위원이란

표찰을 붙이고 싶어 줄서기를 하는 학계의 교수들. 이들에게도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들과 전혀 줄이 닿지 않는 독립적인 영토에서 이러한

디자인의 제국을 꿈꾸는 이들이 나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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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d by Hong Ki Kim

Every right on the images belong to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