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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협회 특강을 마치고-패션과 스토리텔링

패션 큐레이터 2011. 9. 24. 23:34

 

 

패션의 영감, 스토리 텔링으로 마무리 하기

 

이번 주 금요일, 패션협회에서 주관한 '창의적 패션 디자이너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특강을 마쳤습니다. 한국패션협회는 공개 모집을 통해 서류심사와 브랜드 프레젠테이션, 비젼 스피치,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18명을 선발했습니다. 강의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예전 이번 디자이너 심사에 참여하신 모 대학 의상학교 교수님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선정된 디자이너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고요.

선발된 육성 대상 디자이너는 이명신(로우클래식), 윤춘호(toe), 정민식(잇츠백), 김세희(2PLACEBO), 윤홍미(Reike Nen), 박소현(iL Lezioni), 윤태선(fly by b), 오덕진(슈즈바이런칭엠), 정재웅, 이지원(이상 BLNK), 박정영, 박지하(이상 Tache), 박소현(포스트디셈버), 주안(배주안컴퍼니), 이현지(SABA), 이타리(TARI), 양수남(수아트), 조현희(V-company) 등 총 18명으로, 의류 디자이너 14명과 잡화 디자이너 4명입니다. 한국문화의 특징과 창의적 발상법, 글로벌 마케팅을 주제로 교육을 했고, 저는 창의적 발상법에 관한 강의를 했습니다. <창의적 발상법>이란 주제를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해야 했습니다. 박물관을 통한 영감교육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이기에, 더욱 고민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최근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 기획은 철저하게 디자이너 한 사람의 삶을 5개의 테마로 규정해 계산된 동선과 디스플레이를 보여준 전시였습니다. 결국 한 편의 전시와 그 전개과정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 이것을 읽어내고 디자이너 각각의 스토리텔링에 적용해 보는 시간으로 총 6시간을 강의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잘 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옷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작은 세계, 이야깃 거리인 세상을, 패션쇼란 '말하기'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아트와 퍼포먼스의 결합인 셈이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야깃 거리가 되는 스토리를 일상에서, 혹은 다른 방식을 통해 찾아내는 것.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여기에 이야기의 옷을 입혀야 하니 사실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죠.

 

문제는 강의를 준비하면서 한국 학자들의 논문을 참고 하긴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온통 패션쇼 내용 분석을 해놓고 스토리텔링으로 포장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지요. 중요한 건 이번 특강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레이블과 매장을 갖고 있지만 돈을 펑펑 들여서 패션쇼를 열 여력도, 행여 있다고 해도 대안적인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하는 이들이란 점입니다. 실무와 동떨어져 있고, 자칭 스토리텔링 개발모델론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 또한 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복식사와 뮤지엄 이야기, 전시된 사물을 통해 이야기를 건내는 법 등을 설명해 보긴 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잘 들어준 디자이너들에게 고맙고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고블럭의 스토리를 옷에 적용한 블랭크와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옷에 적용한 포스트 디셈버의 설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도 각자 자신들의 영감을 풀어가는 현명한 방식을 보여주어서, 같이 공부하며 많은 걸 배운 하루였네요.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