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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맥퀸 회고전, 이번 주 시사인 송고를 마치고

패션 큐레이터 2011. 8. 26. 01:22

 

 

이번 주 시사인에 알렉산더 맥퀸 회고전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뉴욕 출장 후, 알렉산더 맥퀸 전에 관한 기사를 올려달라고 성화셨는데요. 온라인에 발표하기 보다, 지면으로 제대로 된 발표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런 전시 리뷰를 일부 기자들이 표현과 수사학을 그대로 자신의 것처럼 쓰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이번에는 제대로 지면을 통해 전시 리뷰를 올렸습니다. 예전 알렉산더 맥퀸이 사망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제일 먼저 이 소식을 접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는데요. 다음날 한국의 주요 일간지 중 한 곳에서 인턴기자가 제 글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가져가서 쓴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관계와 관련된 것들이야 인터넷을 통해서 밝힐 수 있는 것들이고 관련 도록이나 자료를 보면 그만이지만, 작품에 대한 개별 해석까지, 수사학까지 빌려가서 기사를 양산한 여자 인턴기자분. 참 용서하기 힘들더군요. 시사 IN은 참 좋은 주간지입니다. 저도 다양한 종류의 패션과 미술, 다른 예술장르에 관련된 매거진과 원서들을 지속적으로 사고 있지만, 시사인은 나름 탐사보도의 원조였던 멤버들이 만든 회사가 아니었던가요?

 

요즘 인터넷에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군요. "대통령은 안 해본게 없고, 박근혜는 해본게 없고, 북한은 못하는게 없고, 언론은 말 하는게 없고, 청와대는 안 가진게 없다'라고요. 언론이 실제 영역에서 자신의 소신있는 활동을 멈춘지 오래다라는 좌절감이 이 땅의 지식인 사회에 팽배할 때도, 시사인은 나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직필정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번 알렉산더 맥퀸에 관한 전시 글을 송고했던 것은, 시사잡지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글을 통해, 시사란 관점과 의미의 폭을 독자들로 하여금 넓힐 수 있기를 바랬고, 맥퀸을 통해 시대의 속살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며 이야기 할 수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 내용은 앞으로도 서서히 하나씩 풀어가겠습니다.

 

그만큼 기존의 도록과 카탈로그만 보고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풍성한 내용과 더불어 복식의 역사 전반을 꿰둟는 통찰력이 없이, 무엇보다 그의 풍성한 스토리 텔링 능력이 기반하고 있는 인문학적 반성과 배경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으면 옷 한벌 조차도 풀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탓입니다.

 

여기에 전시구성 방식은 기존의 패션 전시와는 판이하게 다른 '엄청난 예산'을 소요한 흔적이 묻어납니다. 그만큼 회고전이란 형식을 통해 한 개인의, 디자이너의 생과 철학 전반을 훓어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5개의 섹션에 나누어 맥퀸 회고전의 분과 하나씩을 다 썼었는데 A4로 3장이 넘어가는 바람에 이 부분이 줄었습니다. 너무 논문같은 느낌이 들기에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알렉산더 맥퀸에 대한 그 어느 언론사의 글 보다도 풍성한 통찰력과 삶의 태도를 반추할 수 있는 글로 썼다고 자부합니다. 퇴근 길, 한부씩 사서 읽어보세요. 그리고 느낀 것들을 제게 남겨주시면 더 깊은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