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뉴욕 설원문화재단 특강을 마치고-알렉산더 맥퀸을 읽는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1. 8. 14. 16:44

 

 

이번 뉴욕여행은 단순히 머리를 식히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타계한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회고전을

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덤으로 얻어온 것들이 너무나 많은 여행이었습니다. 파크 애버뉴에

위치한 설원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알렉산더 맥퀸전에 관한 강의를 했습니다. 15명 남짓 되는 작은 인원

이지만 참여 인력 모두 수공예 부문의 전문가이거나 이론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적인 나눔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설원문화재단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텍스타일 역사가이자

자수장인 설원 정영양 박사님이 발족한 문화재단입니다. 뿌리를 찾다보면

68년 한국내의 자수장인들의 생활과 작업을 후원하는 조직에서 시작, 현재는 현대공예를

비롯한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후원하고 전시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재단입니다.

특히 제겐 이번 여행, 알렉산더 맥퀸을 연구하기 위한 여행이지만, 전시를 통해 그가 사용한 동양

자수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정영양 선생님 덕택이었습니다.

 

 

뉴욕의 패션거리를 걸으며 생각합니다. 탁월한 디스플레이 방식이며

미적인 감성들을 마음속에 저장할 수 있었던 멋진 시간이었죠. 버그도프 굿맨은

패션 리뷰를 쓰며, 일일이 만져보기 어려웠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다 갖고 있던 터, 옷 구경

만으로도 충분한 눈요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뉴욕을 갈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곳이 일견에 서울같이 붐비고

부산하며, 지나친 속도전의 경쟁을 치뤄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속살을

들여야 보면 어디보다도 문화적인 자생력과 풍성한 공연, 볼거리, 라이프스타일이 경합을

벌이는 곳이란 점이겠지요. 디스플레이 속 디자인을 보면, 한 폭의 그림 속에

가둬둔 듯한 디자인의 영감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기성복 라인과 로다테의 신작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버그도프 굿맨이었네요. 이번 뉴욕 여행에선

패션 관련 제품들을 구매하기도 하고, 실제로 다양한 액세서리 및 패션 소품점들도

다니면서, 이런 저런 패션에 대한 인문학을 캐어낼 수 있는 글을 쓰거나, 단상을 써서 트위터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시사인>에 알렉산더 맥퀸 전에 관한 깊은 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기사 양이 많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번 여행에서

그에 대해 빚진 것이 많습니다. 부러움과 동시에 우리에게도 이러한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알렉산더 맥퀸 전시의 핵심은

다양한 테마들을 함께 추출해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상상력 또한 손으로 빚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꾸는 세계를 특히나 조형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손의 기능과 장인의식만큼 중요한게 없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인의식을

펼칠 수 있는 나라는 손의 가치를 인정하는 나라입니다. 머리속을 떠도는 애매모호한

생각에 구체적인 실용의 옷을, 꿈을 입힐 수 있는 것은 바로 손의 기능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마친 강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