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겔랑 VIP 강의를 마치고

패션 큐레이터 2011. 8. 21. 00:51

 

 

토요일 오전부터 부산한 시간의

흐름에 쫒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탑 호텔 아트페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이틀 차이고,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겔랑 사에서 강의

요청이 있어 부지런히 나가야 했습니다.

 

 

2층 비즈니스 라운지에 준비된 강의실로 가기 전

바깥을 보니 수영장에서 멱을 감는 한유한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더군요. 초가을이 되길 거절하는 여전히 습기 머금은 공기 속에서 여우비만

내리는 이 아침이 별로 유쾌하질 않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회사 첫 입사 후, 제가 제 자신에게

선물했던 화장품이 겔랑사에서 나온 펄이 섞인 토너였습니다.

이후로 겔랑 브랜드는 피부에 맞추어 종종 몇 가지를 써왔는데요.

 

 

하얏트 호텔 비즈니스 룸입니다.

한편에는 달보드레한 다과도 차려져 있고

이제 고객들이 오길 기다려야죠. 하지만 속 마음은

10-11층에서 하는 호텔 아트 페어에 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1년 만에 느껴보는

것이니, 감회가 새로운 탓이죠.

 

 

백화점이나 기업, 혹은 명품 브랜드의 VIP 강의를

갈때마다 참 재미있는게, 의자 배치가 항상 비슷합니다.

많아봐야 10명 정도가 와서 조용하게 강의할 수 있어서 좋긴 합니다.

한쪽 벽면을 채운 갤랑 관련 작품 포스터들도 보고요.

 

 

메이크업의 역사, 향장의 역사, 패션의 역사는

한 몸으로 움직입니다. 무엇이든 시대를 읽는 일종의 렌즈가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겔랑의 경우 180년의 역사를 가진  화장품

기업입니다. 프랑스에서 화장품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18세기 후반부터

향수를 비롯한 다양한 크림 종류, 로션들이 개인 브랜드로 탄생하죠.

 

 

1800년대 중반, 나폴레옹 3세의 황후였던 외제니는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미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옷에 대한 욕심과

더불어 고운 피부에 대한 강박증이랄까, 이런 걸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죠.

옷 욕심도 많아서 여행을 할 때면 마차 가득, 옷이 구겨지지 않게 트렁크에 옷을 담아 다녔고

자신의 체취를 위해 향수를 만들도록 많은 화장품 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었습니다. 이때 트렁크를 만들던 회사가 바로 루이비통이고요

그녀에게 향수를 만들어 하사했던 회사가 겔랑이지요.

 

 

강의가 끝나고 화장품도 한 아름 받아왔습니다.

아이크림이며, 영양크림, 각종 세럼, 눈가와 입술 주름을

펴주는 크림, 수분 마스크, 립스틱까지......누나와 엄마에게 다 드려야

겠습니다. 요즘 화장품 회사에 자주 불려다니게 되네요. 살다 살다, 개척한 영역이

여성들의 삶과 너무나 밀접한 영역이다 보니, 이런 일이 많이 생기네요.

그래도 즐거운 토요일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