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지구를 쉬크하게 사랑하는 방법-지구상상展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11. 6. 21. 00:04

 

 

Suzanne, 1986  ⓒJoyce Tenneson

 

미술관 가는 길......어느 여름날의 우화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상상展-현대사진의 향연>에 다녀왔습니다. 숲이 사라져버린 도시의 심연을 요즘 같은 찌는 듯한 더위 아래 걷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나무 한 그루 키워내기가 쉽지 않고, 가로수를 심는 다손, 미만한 초록빛을 토하기도 전에 우리가 내뱉는 가래낀 호흡만 마시며 사는 통에, 조로현상을 보이고 말죠. 빨리 열매를 맺거나, 솔방울을 내고 동면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가을 숲에서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 왜 그렇게 행동할까요? 겨울날 산속을 헤매는 눈이 맑은 산 짐승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온다던 비 소식은 간데 없고, 작열하는 태양빛은 비딱하기도 싫었던 지, 도시의 마른 포도위로 직구로 쏟아지는 터. 황토빛 함성을 실은 소나기나 한번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Poppy Bouquet, 2004  ⓒJoyce Tenneson

 

이번 <지구상상전>은 환경사진전시입니다. 우리의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이 초록별 지구의 생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환경과 관련된 사진 전시들은 상당 부분 이념적인 부분, 혹은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교시적인 특성이 있었던 것을 이해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꼰대짓'을 하는 목소리를 담았던 경우가 많지요. 많은 이들이 환경과 생태란 주제에 관해 공감합니다. 단 자신이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 혹은 그렇게 '보호를 외치는 너네들의 몫'으로 던지는 차가운 시선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왜 일까요? 그만큼 환경에 대해 주파수를 맞추면서도, 누군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은거죠. 그러면서 그 핑계로 자신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초상입니다.  

 

 

1.1.2000 Fosters Pond Millennium, Fosters Pond, 2000  ⓒArno Rafael Minkkinen

 

하지만 이번 <지구상상전>은 이런 선생님 톤의 목소리를 넘어서 '아담아 너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던 예전 에덴동산의 신의 시선과 연민을 사진을 통해 끌어냅니다. 너무나 찬란하게 아름다와서, 이 지구라는 한 채의 집을 꼭  스스로 지키고 말리라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특히 이번 전시는 '지구'를 테마로 하는 만큼 Earth란 단어를 쪼깨어 3 개의 큰 섹션으로 나누었습니다. E는 Environment 로 자연과 교감하며 관계를 맺는 인간의 초상을 그립니다. Art 는 현대사진기술을 총 동원한 예술사진을 모았고요. 마지막으로 H는 제가 좋아하는 Healing, 바로 치유입니다. 우리가 현재 위기상황의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수단들을 동원할 수 있을까를 교훈이 아닌, 상상력의 바늘을 빌려, 아픈 대지의 생채기를 포개고 기웁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아르노 라파엘 밍킨켄의 작품입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묶여 있으며 함께 진화하며 확장한다고 믿는 사진가입니다. 잔잔한 수면의 잔상위에 손을 엊고 대지의 신음소리를 듣는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아픈 우리 내 초록별의 신음을.

 

 

A Walk Home, 2003  ⓒPipo Nguyen-duy
Courtesy of Sam Lee Gallery, Los Angeles

 

 저는 특히 조이스 테네슨의 사진이 좋았습니다. 80세에서 100세에 이르는 노인들의 초상을 담아, 노인의 우아함을 색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그녀의 섬세함이 좋았습니다. 노인의 모습 속에 숨어있는 영성과 관능미, 이것은 우리가 노송의 표면 위에서 교차하는 굵직한 나무껍질의 아름다움처럼, 세월과 창연함을 담은 소우주의 세계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닉 브랜트가 포착한 아프리카의 동쿨 사진은 또 어떻고요. 코끼리와 기린, 먼 허공을 지긋한 눈으로 응시하는 사자의 모습은 지금껏 단순하게 봐왔던 네셔널 지오그라피 느낌의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각 고동색 도트 무늬가 아로새겨진 기다린 기린들 무리 위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어떻게 찍었을지 놀라왔을 뿐입니다.

 

 

Mountain Fire, 2002  ⓒPipo Nguyen-duy
Courtesy of Sam Lee Gallery, Los Angeles

 

이외에도 현대광학기술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예술 사진을 보면, 아름다운 지구를 상상하고 '렌즈'란 무기를 통해 치유의 손길을 제공하려는 작가들의 멋진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습니다. 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그렇게 우리의 코끝을 시원하게 해줄 여치의 노래소리를, 청신한 소낙비 소리에 키가크는 나뭇잎들의 웅성거림을, 잔잔한 시냇가 작은 바위 아래로 숨어있을 놀래미의 귀여운 모습을 말입니다. 지구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하자'라고 가르치려는 게 아닙니다. 에코란 단어를 유행처럼 사용하는 시대, 그러나 이 에코의 본질인 '우리가 나그네로서 우거하는 집'인 이 지구를 조금은 예쁘게 채색하는 법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책임감 보단 지구라는 이 아름다운 집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여러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전시를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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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예정이던 도슨트 서비스는 주최측과 이야기 해 본 결과 토요일은 안된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평일에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평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중순부터 알렉산더 맥퀸 전시 리서치 때문에 미국에 가야 하고, 그 사이에도 평일에는 두 번의 방송녹화와 기업 특강이 겹쳐있습니다. 사전에 확실하게 주최측과 스케줄을 정리하지 못한 채 포스팅해서 죄송합니다. 8월로 도슨트 서비스를 연기합니다. 다시한번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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