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사라문의
사진을 읽는 시간
내일 사라문 사진전 오프닝이 있습니다. 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전설, 사라문의 내한 사진전이 시작됩니다. 한겨레 신문사가 주최하는 이 <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전설-사라문>展이 내일 오프닝 파티를 기점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내 빛갤러리에서 열립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등장, 패션사진의 새로운 언어와 문법을 만들었던 그녀. 한겨레 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를 통해, 저는 전시팀과 만나 미팅을 하고 정보를 주고 받기도 했고, 새로 개설된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두렵습니다. 여전히 보그 매거진에 나오는 샤방하고 고운 사진을 패션사진의 전형으로 알고 있는 이 나라에서, 과연 사라문의 철학이, 그 사진의 실험성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남자들이 지배하던 패션산업과 패션사진의 세계에 모델경력을 가진 그녀가 등장함으로써, 여성의 시각으로 해석된 여성의 몸이 사진 속에 등장하게 된 것은 큰 사건입니다.
패션은 옷과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주변에 풍겨나는 분위기가 일체가 될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사라문의 사진은 바로 그 공기속에 옅게 흩뿌려진 분위기를 폴라로이드란 마법을 통해 포착하지요.
오늘은 사라문 전시의 공식 웹 사이트에 올린 제 글을 발문으로 소개합니다. 앞으로 4회에 걸쳐서 패션사진의 세계와 사라문의 영향에 대해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한겨례신문과 현재 스케줄을 조율 중입니다. 사진 전시 중 목요일 7시부터 특별 도슨트가 있을 예정인데요. 저도 두번 정도는 여기에서 활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정이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라문의 사진은 이제까지 여러분이 관습적으로 친숙했던 패션사진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렌즈로 그려낸 표현주의 회화같은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패션산업은 사진의 발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중의 하나지요. 인상주의 시대, 르누아르를 포함한 거장들의 그림 속 패션이 찬연하고 아름다왔던건 당시 패션저널리즘과 사진 덕택입니다. 이후 패션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로 명확하게 자리를 잡지만, 대부분남성의 시선으로 규정된 사진작품이 많았습니다. 사라문은 바로 이때 등장합니다. 남성에 의해 재단된 개미허리 드레스와 코르셋으로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옥죄던, 아르데코 시대를 파열시킨 샤넬처럼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볼때 그녀의 사진 속엔 시대와의 불화, 혹은 시대의 결을 거슬러, 여성 본유적 가치와 시각을 통해 재구성한 여성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시대를 뒤엎는 전복적 사고를 했다는 점에서 '앳지'있는 사진가인 셈입니다. 이번 전시는 많은 기업의 후원을 얻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프랑스 정부가 앞다퉈 재정적인 도움을 준 걸 보면, 사라문이 프랑스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의 비중을 느끼실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패션사진에 익숙해 있습니다. 보그나 하퍼스바자와 같은 패션 매거진에 등장하는 포토샵으로 중층조작된 사진들을 보죠. 회화같은 패션사진을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이번 사라문의 전시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패션과 미술의 교집합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가일층 강화되는 요즘, 사라문의 패션사진은 기존의 패션에 대해 갖고 있던 여러분의 상상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릴 것 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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