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남자의 옷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1. 4. 7. 17:51

 

 

 

이번에 발행된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랜드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셀리브레이션 도록이 나왔습니다. 일주일 전에야 받았습니다. 2011 F/W 시즌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러 다녔고 브뤼트 매거진의 패션 특집을 쓰느라, 서재에 쌓여가는 장서들 정리를 이제부터 조금씩 해나가려고 합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남성복의 신화입니다. 이 브랜드가 만들어온 남성과 패션의 규정을 하나씩 읽다보면 100년이란 역사의 표피 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지요. 남성복의 진화의 과정을 살펴보며, 오늘날 현재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가지 짚어가보려 합니다.

 

최근 모 패션 대기업으로 부터, 과부장급 아트 디렉터 교육 과정의 강의를 맡아달라는 청탁을 받았습니다. 저로서는 일반 대중만을 상대로 패션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패션의 인문학을 강의하다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마음도 설레고 기쁩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머천다이징과 패션 예측, 디자인과 판매를 하는 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강의해야 하다보니, 답답한 마음도 한편엔 있습니다.

 

제가 패션 바이어를 관둔지 세월이 워낙 흘러서, 감각이 예전같지 않거든요. 현대미술과 패션을 접목하여 이를 통한 아트디렉팅의 한 발자욱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타당성있게 먹혀드느냐가 관건이겠죠. 일단 기본적인 미술사와 복식사에서 뽑아낸 인스퍼레이션을 중심으로 워밍업을 할 겁니다. 이후에 기존의 브랜드를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 이를 위해 실루엣과 피트의 변화, 새로운 변화에 발맞춘 스토리 텔링이 따라가겠죠. 사실 이건 제가 아닌 다른 전문가도 다 합니다.

 

다만 저는 미술과 심리학, 역사학,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소비자 행동 연구를 결합해 디스플레이 전략이나 아트 디렉팅, 패션의 면모들을 새롭게 읽는 방식들을 현업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이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대부분의 이론서들은 그저 상아탑게 갖혀서 이론들을 답습하기 일쑤였습니다. 말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허황된 옹호에 그쳤지요.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가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줄 아세요? 그건 케이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교수가 직접 그 회사에 취업을 해서 6개월 이상 일하면서 현장과 이사진 모두를 다니며 의견을 수렴하며 사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강의과정에서 얻게되는 통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잘못된 이론이나 부분은 받아들이며, 강의를 듣는 분들에게 뭔가 내가 일방적으로 준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현업과정의 모순을 끌어내고 해결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배울게 더 많을겁니다. 오늘 소개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백주년 도록은 남성복의 진화와 피트에 대한 작은 생각을 얻기 위해서 샀습니다. 여기서 얻은 생각의 단초들이 꼬리를 물고 강의를 듣는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들어오는 강의는 단순한 인문학 교양 강의가 아닙니다. 제 자신을 검증하고자 부르는 강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선을 다해 감동시키고 싶습니다. 이번달 이 강의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80만원 어치 책을 샀습니다. 뭐 그래봐야 10권 남짓이지만, 작은 영감의 실타래를 반드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래야죠.

 

그럼요......저는 대한민국의 패션 블로거니까요. 잘 키운 블로거 하나가 어설픈 열 명의 전문가 보다 나은 세상을 보이기 위해, 말뿐이 아닌 역량으로 보여주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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