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스트리트 패션을 배우고 싶다면-이 잡지를 먹어라

패션 큐레이터 2011. 2. 8. 18:05

 

최근 다양한 패션잡지들을 컬렉팅한다. 패션 라이브러리의 서지목록을 위해서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서유럽에 편중된 패션의 개념을 넘어, 좀 더 깊은 패션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두 번째로 나 스스로 좋은 소스를 찾아 소개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툭하면 '좋은 소스'를 달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이미 정평이 난 것들, 이름이 난 것들만 줄창 재생산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면 이런 저런 모험을 해야 한다 돈도 깨지고.

 

 

트위터로 떠드는 이야기의 99퍼센트가 그렇다. 그래놓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판에박은' 이야기가, 새로운줄 착각하고 산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기계인일수록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은 중독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모한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타인에 대한 모방의 강도가 거의 병적인 수준을 가진 나라에선, 안타깝게도 진짜 '패션'은 생기기 어렵다. 내가 자꾸 쓴소리를 하고 '네트워크'로부터의 탈주를 명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요즘 스트리트 패션 사진찍기가 대세다. 난 이 대세란 표현을 참 싫어한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분명 밝히지만 대세를 따르는 자들은 기업에 돈을 벌어들이는 인재가 못된다. 그냥 둔재들이다. 다시 말한다. 남이 말하는 대세를 따라가는 자와, 거리에서 차기의 대세가 될 것을 찾아낼 눈을 가진 자의 삶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사토리얼리스트>란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여기 저기 스트리트 패션을 찍어 올리는 블로그들이 늘었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까지 카탈로그 제작에 이 방식을 적용하려고 힘을 기울인다. 새로운 느낌이 하나도 없다. 모창은 한번 '놀라움'의 수준에서 멈추지 원곡을 부른 가수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다.

 

 

2005년 창간호부터 받아보고 있는 패션 매거진 CODE는 내 갈증을 채워주는 소스였다. 어찌보면 스콧 슈먼의 패션사진도 이 매거진의 영향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은 사회 내부에서 치열하게 일어나는 정신적 상황을 반영한다. 무리 속의 한 명이 되기 위해 최신의 패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풍경을 담아낸 옷을 통해 세상을 보고하고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패션 매거진의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한다. 그냥 르포르타쥬, 보고한다고 했다. 즉 독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땅의 많은 패션 블로거나 매거진은 자꾸 '독재자'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보니 반군이 너무 많이 생긴다. 독재를 하려면 똑바로 하던가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니게 남의 것만 베끼니 무슨 독재를 한단 말인가.

  

 

내가 처음 이 매거진을 접했을 때, 나를 끌었던 문구는 딱 한줄이었다. CODE: documenting style 스타일을 도큐멘팅하다. 도큐멘팅이란 단순한 문서화 작업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 단순한 사실의 이해를 위해 보지 않는다. Docere란 라틴어의 어원을 다시 생각하는 요즘이다. 모든 텔레비전 내의 프로그램이 연예와 오락코드를 따라하다보니, 깊이는 찾을 수 없고 말장난만 판친다. 스트리트 위에서 사람들의 사진만 찍으면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될까? 난 묻고 싶다. 어줍짢은 몇 개의 문장 붙여서 하찮은 휴머니티의 옷을 입힌들, 그게 사진인가? 이미 누군가 다 한 것들이다.

 

 

사진을 시각예술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묻는다. 사진을 보며 그 속의 옷을 만져보고 싶다고 느꼈던 이들에게 묻는다. 사진을 보며 그 속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느꼈던 이들에게 묻는다. 사진 속 대나무 숲을 보며 청신한 초록의 바람소리를 들었다는 이들에게 묻는다. 사진이 시각예술이라고 믿는 너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사진을 찍을 때, 오로지 시각 하나만 갖고 찍었더냐? 그렇다면 디카를 버려라. 오감으로 찍어야 한다. 거리의 패션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감을 총동원해, 시대의 풍경속에 알알이 박힌 사람들의 표정과 옷의 징후들을 드러내라.

  

 

그것이야 말로 스타일을 다큐멘트하는 이다(Documenting Style). 내가 CODE를 좋아하는 건 북유럽의 패션에 대해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겐 꽤나 좋은 소스이기 때문이다. 지역색과 방언, 각 도시별 미세한 징후들이, 그녀 혹은 그들의 옷에 드러난다. 중요한 건 한건 한건 사람 중심으로 찍었다기 보다, 결국 테마가 잡혀 있고 그 속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가야할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기껏해야 35000부 찍는 스트리트 패션 잡지가 내게 말하는 건 바로 이거다. '이야기'가 있는 스트리트 패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또한 그대로 따라하면 안된다. 뭘 배우고, 또 뭘 소거해야 하는지 아는 것. 그 시행착오의 시간을 견디는 힘이 우리를 문화적 국부의 나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힘내자.......우리도 언젠가는 거인의 어깨위에 서서 그들에게 말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You want to know 'rules of street-fashion photography'? Just chew this Amsterdam-born fashion magazine 'Code'  Emerging bloggers and fashion stylist have been staring at the editing style grammar of <Sartorialist> but it is not enough to copy the rule of his. just challenge and make a subversive angle with water-proof story line based on unique culture. this magazine will help you get a good street-smart sense of taking a fashion photography.  Documenting the style everyday.......

 

Hong Ki Kim(Fashion Stor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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