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파리를 사랑한 블로거들

패션 큐레이터 2011. 1. 21. 06:00

 

 

조셉 로루소 <소네트를 읽다> 캔버스에 유채

 

블로그를 읽는 시간-생을 위한 소네트를 짓다

 

1966년생 화가 조셉 로루소의 <소네트를 읽다>란 그림을 읽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이라 제가 미처 몰랐던 옛그림의 작가인 줄 알았습니다. 수채화를 전공하다, 후에 유화로 돌아서서 스스로 이탈리아 고전주의 거장들의 그림을 보며 배웠답니다. 황금빛깔의 푹신한 쿠션에 몸을 기대고 누군가 지은 14줄짜리 작은 노래를, 소네트를 읽고 있네요.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아늑합니다. 적요의 시간 아래, 행간의 숲을 또그르르 걸어가는 여인의 눈동자가 아름답지요. 요즘은 책 대신 블로그를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어차피 블로그는 현대판 책이 된지 오래이고, 그 숲을 지나다보면 수묵빛 종이 위를 횡단하며 만났던 풍경과는 다른 현장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내 자신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거리도 만납니다. 블로그를 읽는 시간은 '또 다른 조우의 방식'이니까요.

 

블로그가 인기이긴 한 모양입니다. 오늘 방송국 피디와 작가분을 만났습니다. 블로거를 불러다 토크쇼를 한답니다. 뭐 첫타석으로 나서 달라는데, 저같은 듣보잡 블로거를 왜 컨택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패션 큐레이터란 직업에 관심이 있어 연락을 했다더군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할지 안할지. 각설하고 온라인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나라의 생태와 삶의 방식을 읽어보는 건 참 매력적입니다. 저는 프랑스란 나라를 이상하게 좋아합니다. 블로그에서도 프랑스에 살고 있는 분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자주 찾아갑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찾아낸 몇 개의 보석같은 블로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쿠르베 <보들레르의 초상화> 캔버스에 유채

 

19세기 사실주의 화풍의 거장 쿠르베가 그린 시인 보들레르의 초상화가 보이실 겁니다. 보들레르는 시인이면서도 미술 평론가였습니다. 그는 인상주의 시대 백화점이 들어서고 여인들이 쇼핑에 몰입하던 그때, 바로 패션이란 근대적 현상을 분석하고 그 속성을 정리한 철학자입니다. 패션처럼 시류와 유행이란 두 개의 단어로 점철되는 현상의 배후를 읽었습니다. 명멸하는 것들 사이에 숨어있는 영원한 것들을 찾기 위해 패션(Fashion)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던 그였습니다. 패션은 한 벌의 옷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옷을 입은 인간의 무대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보들레르는 예술가는 '산책가'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중속의 고독을 견디며 도시의 외피 속에 감추인 본질과 맞닿을 수 있다는 뜻이겠죠. 사람들에게로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만큼 패션을 포함한 문화예술의 결을 하나씩 심도깊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자칭 프랑스 유학파 비평가들이 이런 작업을 했다면 요즘은 이런 작업을 블로거분들이 하고 계시죠. 블로거들의 글은 현장성에 그 핵심이 있어야 합니다. 거리상으로 멀리 있다보니 외신이나 단평에 의거해 사안과 전시를 이해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분들의 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렌치 블로거는 <LIPP> <데아쉬> <파리의 한국 아줌마> 란 아이디를 가진 분들입니다. 각자 파리에 살면서 LIPP님은 프랑스 영화를 포함한 영화리뷰를, 데아쉬님은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를 소개합니다. 두 분 다 파워 블로거가 될 만한 필력을 가지셨는데요. 지금은 블로그 초기라 노출이 안되셨지만 곧 인정받게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데아쉬 님의 'Letter from France' http://parisart.tistory.com

 

프랑스 현대 미술에 대한 짙은 관심, 페스티벌과 문화공간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송고한 글은 아직 많지 않지만 지켜봐도 될 분 같아서 강력 추천합니다. 프랑스 내의 문화공간과 전시에 대한 해석과 고해상도의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프랑스 파리는 예술의 도시입니다. 그러나 많은 여행객들이 짧은 시간 체류하며 작성하는 예술기행문은 지나치게 감상주의에 젖기 쉽고, 정확한 정보제공이 미흡하지요. 그래서 상주하는 이들의 글이 필요한겁니다. 최근엔 치유로서의 예술을 추구하는 소피 칼의 세계를 심층깊게 다루었습니다. 잡지 송고용 기사가 중심이라 문체가 딱딱하긴 합니다만,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넓게 건든다는 점에서 전시 단평과 자료가 필요한 분들에겐 최상의 블로그입니다.

 

LIPP님의 FRENCH BLOZINE http://blog.daum.net/frenchlog

 

처음에 낯선 아이디의 댓글이 달려 궁금했던 분이었네요. 원래 헝겁인형 작가인 가브리엘 립을 알고 있다가 lipp이란 같은 아이디가 있어 가봤던 블로그입니다. 프랑스 문화 매거진을 표방한 그녀의 블로그는 특히 프랑스 패션과 여행, 문화에 대한 감각적인 글들이 있습니다. 특히 패션에 관한 글이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화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꼼꼼히 그러나 평이하고 편한 문체로 살펴보는 립 님의 글을 주목해 보시길.

 

PARIS 의 한국 아줌마 http://blog.daum.net/parismadame

 

다음뷰에 단골로 오르시는 프랑스 발 최고의 블로거시죠. 프랑스로 건너가 오랜동안 공부도 하셨고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 프랑스 문화, 그 중에서도 정치/교육문화 등 우리가 접하기 힘든 카테고리를 스스로 만들어 글을 생산하고 계십니다.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신 문학도 답게, 탄탄한 글쓰기, 자녀양육의 문제, 일반 시민들의 정서적 태도에 이르기까지 비교문화적인 접근이 있어 더욱 끌리는 글들이지요. 저는 프랑스에 가볼 수 없어도 이분들이 있어서 문화적 갈증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파리가 그리울 때......블로그를 읽어라

 

어메이징한 세 여인의 블로그에 빠져보세요. 한땀 한땀 정성스레 프랑스 장인이 쓴 글이 여러분을 부를겁니다. 편하게 쇼파에 누워 읽는 14줄의 사랑시 소네트 처럼 말이에요. 파리의 한국 아줌마를 제외하곤 두 분은 이제 막 블로그를 시작한 분들입니다. 멋진 글을 찾아 '산책하는 예술가'의 풍모를 보여주세요. <블로그에 홀리다>란 폴더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보석같은 블로거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블로그에 홀리다>는 충직하게 글을 쓰는 '사람 냄새' 나는 글쟁이를 찾아갑니다. 파워란, 한 길을 가는 이들이 세상의 외피에 한땀 한땀 세기는 노력을 통해 얻는 선물입니다. 자기의 노력과 더불어 타인의 공감이 선물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죠. 진정한 인사는......글을 통해 그/그녀의 세계를 이해하고 '내 흔적이 묻어나는' 글을 통해 오마주를 보내는 일입니다. 추천과 댓글인사만이 다는 아닐 것입니다. 오마주의 글쓰기는 제가 블로거에게 보일 수 있는 존중의 방식이기도 하죠. 새롭게 진입하는 블로거 중에서, 감각있고 정평있는 글을 쓰는 분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제 기준에 의한 것이니 타박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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