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왜 블로거들은 사기꾼 집단이 되었나-미각의 정치학을 논함

패션 큐레이터 2011. 5. 21. 15:45

 

 

오늘 한국일보에 '파워블로거는 맛없는 식당만 찾아다닌다'란 기사가 올라왔다. 올 전주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에 대한 소개를 넘어 이 땅에서 미각을 소개하는 언론과 대안언론이란 불리는 '블로그스피어'의 실상과 허상까지 짚어내는 꽤 좋은 기사였다. 영화 <트루맛쇼>는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식당을 차리고, 실제로 출연을 섭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방송언론과 자영업주가 어떻게 상생(?)의 방식을 취하는지 면밀하게 미시적인 카메라의 눈과 호흡을 통해 따라간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속담처럼, 소문난 블로그의 격찬 뒤엔 먹을게 없는 경우를 수없이 당해온 나로선, 기존 언론의 대안매체 블로그 비판이 '엎어치나 매치나 똑같은 것들'이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정작용을 스스로 포기하고 방기하는 현재의 블로그 스피어는 '도덕적 위기'를 넘지 못한채 좌초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전 캐나다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었다. 주제는 <음식비평>이었는데 식음에 관한 문장들, 단어와 논리를 익히고, 요리에 관한 저널리즘적인 접근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이 네가지의 주요한 미각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수많은 형용사들에 놀랐다.

 

최근 블로그스피어는 온통 맛집 소개로 도배중이다. 블로거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음포털은 '맛집' 블로깅을 조장하고 메인에 띄움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켰다. 테마화된 정보 생산 방식은 심층깊은 본질을  파헤치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상업화의 논리에 포섭될 경우, 한 줄의 진실한 미각적 판단은 줄어든다. 점포의 인테리어를 비롯한 비 미각적 요소들을 시각화 하여 사람들을 잡는데만 혈안이다. 음식을 비롯한 모든 비평담론의 본질은 '과정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고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할 언어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의 음식 블로거란 자들의 글들은 어떤가? 맛에 대한 서술방식과 묘사에 대한 기본 조차도 없다. 정보제공이란 미명하에 매장 주소와 전화번호를 뻔뻔스레 명기하고 척도가 없는 맛의 뭉뚱구린 설명만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특정 브랜드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옷을 둘러싼 사람의 진실함이 묻어나오는 사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점에 가보라. 온통 옷에 관한 이야기라는 미명하에, 셀리브리티의 옷 차림을 따라하는 법과 이것을 가능케 하는 브랜드의 이야기 밖에는 없지 않은가. 패션평론이 없는 사회다. 옷의 존재론과 사회적 의미를 탐색하는 글이 없다.

 

음식도 그렇다. 식재료의 건강성, 맛을 내는 과정에 대한 탐색, 동일 음식에 대한 매장별 상호분석. 이런 내용들이 깊이있게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묻고 싶다. 다음 포털의 메인에 뜨려고 안달하는 당신들에게. 미각은 주관적인 산물이지만, 결국엔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음식점은 존재한다. 이런 가게들은 당신네들이 '협찬해주지 않으면 블로그에 글을 쓰겠다'고 아무리 윽박질러도, 잘 된다는 거다. 물론 가게가 초심을 잃지 않고 미각의 균형을 일관성있게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다. 블로그가 무슨 입소문 마케팅의 핵심인양 팔고 다니던 사람들이 있던데, 안타깝게도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입소문은 평판에서 나오며, 명성은 축적되기까지 오랜 시간의 시금석을 통과해야 한다. 그림 한 장을 평론하기 위해서 작가가 캔버스 위에서 보낸 시간만큼 그림을 응시해야 하듯, 맛도 그렇다. DSLR로 무장만 하면 뭐하나. 모두다 사진작가라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사진을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온 도처에 파워블로거란다. 자기네들이 무슨 셀리브리티나 되는 줄 아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처음 다음포털에 블로그가 생겼을 때를 생각해보라. 기성언론이 다루지 않는 것들. 생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것들을 복원하고 그나마 소통해보자고 말하지 않았던가. 취미와 열정이 결합된 아마추어리즘은 사라지고, 업체 협찬에 혈안이 된 블로거들에게 질린 업체들의 한탄만 듣는다. 더 웃기는 건, 파워블로거 밑에서 기생하는 일종의 팬덤을 보여주는 시녀같은 동일 블로거들이다. 대표 블로거를 통해 협찬건을 얻어내고 같이 공생하다보니, 글에 대한 메타비평은 일절없고, 비판에 대해, 악플러란 식으로, 혹은 '소통이 안되는 사람'이니 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만 난무한다.

 

한 마디만 하고 싶다. 블로거로서 진정한 파워블로깅은 '사물 혹은 산업,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출발한다고. 너무나 추상적인 답변 같지만 이 추상에서 실타래가 풀리듯, 당신의 명성과 평판은 누적되며 언젠가는 '빵퍼지게 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