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저 하늘에는 눈물이 없네, 그저 주먹만 있네
새해 벽두부터 씁쓸한 소식이 인터넷을 달군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의 김지철 담임목사와 부목사 사이에 폭력사태가 발생. 현재 경찰이 사건의 개요를 조사하고 두 두목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일 1부 예배 후 전직 부목사였던 최씨와 현 부목사인 조씨는 자신의 사목활동을 배제한 점을 담임목사에게 찾아가 따지는 과정에서 이와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김지철 목사는 왼쪽 눈 주변의 뼈에 금이 가 삼성 서울병원에 입원중이며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상태다. 최씨는 담임목사인 김지철 목사가 지난 7년 동안 지속적으로 곽선희 목사와 가까운 이들을 교회에서 내쫓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부목사 최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고인은 맞고소를 통해 응전을 벼르고 있으니 향후 전개과정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도 싸늘하다. 무엇보다 삶의 신성함과 경건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교회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욱 그렇다. 소망교회가 어디인가? 현 대통령이 출석하는 교회이자,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모두다 한번쯤은 시무하기를 꿈꾸는 교회가 아닌가? 장로회 신학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해서 한번쯤 거쳐야 하는 일종의 루트가 된 곳이다.
S#2 소망목장의 결투.....아직 끝나지 않은
왜 그곳에선 폭행이 일어났을까? 왜 담임목사는 보직해임을 단행하고 부목사는 해임무효처분을 걸고 법적다툼을 벌였을까? 나는 소망교회 성도였다. 92년부터 2002년 겨울까지 출석했다. 이후에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주일예배에 종종 참석하곤 했다. 2003년 본격적으로 담임목사였던 곽선희 목사의 '세습'문제가 붉거지면서 교회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나는 이 때 가슴을 치며 슬퍼했다. 한국교계에서 존경을 받던 곽선희 목사님까지 지상의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폐악'을 범하는 것을 보며, 세상권력의 달콤함에 영적지도력이 흔들리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곰삭여야 했다.
곽요셉이란 자신의 아들을 목사로 임직하고 교회의 수장으로 세우려는 시도.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당시 방송을 통해 교권의 변칙세습에 대해 들었을것이다. 나는 이 때 과연 장로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장로교인가? 그건 교회의 통치와 관리에 있어 장로를 비롯한 당회와 공동의회 성원들의 민주적 절차와 권력의 견제라는 방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선희 목사는 변칙 세습을 위해 분당소망교회를 짓는 과정에서 건축비를 소망교회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결의를 내렸고, 지교회 결정을 위해 필요한 당회와 공동의회 결의와 노회 허락도 받지 않았다. 102억원이 넘는 건축비가 제직회의 감독이나 승인없이도 지출되었다는 점. 당회원들은 재정장부를 공개요청했지만 이후 수년간에 걸쳐 장부를 소각한 것 등. 이외에도 변칙 세습을 위해 곽선희 목사가 저지른 비리는 하늘을 찌른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분리된다. 분리되었다고 끝나지 않았다. 어느 교회나 교회가 분리될 때, 혹은 목사직을 승계하는 부분이 발생할 때, 목사에 대한 반대와 옹립파는 등장하며 끊임없는 기득권 싸움을 벌인다. 소망교회의 기득권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더욱 강하게 연소될 뿐.
S#3 교회, 세상의 지배자를 꿈꾸다
성경은 흔히 목사를 양떼를 모는 목자에 비유한다. 성경의 역사는 다윗이란 인물을 통해 통치하는 자와 통치받는 백성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한다. 양치기에 불과했던 다윗이 이스라엘 전 지파의 왕이 되는 될 때, 하나님은 그에게 "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며 주권자가 되리라'라고 명한다. 왕으로 임명되는 시간, 이스라엘 백성모두 그에게 나가 외친다. "우리는 임금님과 같은 골육입니다"라고. 사람들은 다윗이 강압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권력을 갖고 통치하기를 바랬기 때문에, 다윗과 그들 자신을 한 가족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말끝마다 성경중심, 성경말씀대로의 삶과 통치를 외치는 이 땅의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묻고싶다. 왜 하나님은 다윗을 왕이란 표현대신, 목자와 주권자, 혹은 영도자란 표현을 썼을까? 이스라엘은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사울이란 왕의 통치적 전횡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다윗은 민초 출신의 지도자였다. "우리는 임금님과 같은 골육"이란 말은 "백성들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권력에 굶주린 왕으로 변하지 말아달라는 충언이다. 스스로 높아지기 위해 백성을 짓밟는, 자신밖에 모르는 왕으로 변하지 말고 양떼를 돌보던 과거처럼 자신들을 돌보고, 광야에서 살던 모습처럼, 검소하게 살아달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대형교회들은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지배자를 꿈꾸며, 정치적 리더를 심는데만 혈안이다. 종교(Religion)의 본질을 라틴어 어원으로 보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그 사이의 인간을 매개하여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종교가 이 '관계맺기'의 역할을 포기하고 스스로 우뚝선 섬이 되려 할 때, 그것은 거대한 권력의 암투장이 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말끝마다 이 땅의 세속화와 '인본주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인본주의화 되어 있음에는 눈을 감는다. 소망교회 폭행사건은 작은 단면일 뿐이다. 모여라 돈 걷자, 교회짓자......이외에는 아는 게 없는 교회. 외형적 성장만을 중요시 하는 정신성은 이제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병증이 되었다.
소망교회 폭행사건-우리 시대의 '목회자의 길'을 묻다
경쟁과 효율. 신자유주의의 이상이자 바로 현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다. 그리고 그들을 떠받드는 강남불패사회의 멘탈리티다. 정직하고 예의바르고, 때 되면 선교도 가고 외국어도 잘하고 악기도 하나쯤은 다루는 쿨한 아이들의 교회. 소망교회. 단 충분한 자산상태에 기반을 둔 계층이 누리는 여유로움이 '은혜'로 포장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명품적 우월감으로 포장된 신앙. 그것이 바로 오늘날 MB 정권의 정신적 멘탈리티인 '선진화'의 한 단면이다. 이 아이들의 특징은 '따스한 가슴'이 없다는 거다. 자식을 경쟁사회의 승자로 만들려는 부모의 욕구가 가장 강한 곳. 시행착오가 제거된 인생을 선물하고자 하는 부모는 '교통통제'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런 욕구는 바로 같은 강남에서조차도 자산 축적에 따른 '사람 간 구별짓기'를 형성한다. 인생은 승리해서 남을 누르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통해 살아가는 것임을 자녀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이기는 방법에의 천착, 경쟁과 효율성 문화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려는 생각을 마비시키는 '악마의 유혹'이다. 소망교회와 이명박의 코드가 공통적으로 맞물려 들어가는 부분이다.
사상가이자 신학자였던 우찌무라 간조는 <목회자의 길>에서 "전도는 정신이지 기술이 아니다. 신학의 중심은 마음에 있어야 한다. 목사의 설교는 배우의 연극이 아니다. 하늘의 부르심을 받지 않은 사람도, 특별한 하늘의 계시와 영감이 없이도, 그리스도에 대한 순결한 사랑을 맛보지 못한 사람도 신학생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신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복음 사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현대 신학교가 가지고 있는 맹점이다. 설교는 제조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바울의 글은 문법적으로 분석하고 해부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울이 되어야 비로소 바울의 사상과 경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목사의 양성은 신학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훌륭한 종교가 중에는 신학교 출신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는 길르앗의 야인이었으며, 그의 사업과 정신을 물려주려고 선택한 후계자 역시 소를 모는 사밧의 아들 엘리사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을 보내사 세상을 구하려고 계획하셨을 때에도, 당신의 아들을 히렐이나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배우게 하지 않으시고 나사렛 벽촌에 두셔서 천연계를 통하여 아들을 친히 가르치셨다. 신학교가 만들어 낸 목사야말로 그리스도 교회의 가장 위험한 원수이다. 신학자와 목사가 만들어 놓은 거짓 평안, 죄가 죄 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은혜가 은혜 됨을 알 수가 없다. 자기 죄의 무서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은혜에 대한 절실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말은 하지만 그 마음속에 절실한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라고 말한다. 이 땅의 많은 목회자들이 전도의 정신대신 기술을 배우고, 설교라는 배우의 연기를 배워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거짓평안과 사람이 만드는 은혜에 익숙한 자들에겐 하나님의 법대신, 세상의 권력과 대통령 조찬 기도회에 참석하는 명예를 귀하게 여긴다. 어디에도 민초를 위한, 다윗의 마음은 없다.
폭행사태가 일어나던 당일 설교 제목이 '기초를 다시 쌓을 때'였다. 허물어진 영적 기초를 쌓자고 말하는 자들. 그 메시지에서 더 이상의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신의 부재 때문이 아닌, 신을 믿는 자들의 불충과 욕망 때문이다. 자본과 권력에 팔아넘긴 자신들의 영적 기초부터 다시 쌓길 충고한다. 이제 소망교회는 없는 것인가?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지만, 이젠 이전투구만 남은 그곳엔 주먹세례만이 판을 친다......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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