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화_Face.off II_캔버스에 유채_116×89cm_2008
안상수 발언 "룸살롱에선 자연산이 대세"
인터넷이 또 뜨겁다. 나는 원래 인터넷 상의 사안을 따라 글을 쓰지 않는다. 신문기사들을 '제목만 바꿔' 재생산하는 블로거들의 글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달 들어 오세훈 시장에 이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도저히 미술을 통해 발언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안상수 대표는 성탄절을 앞둔 어제 중증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 및 당직자들과 함께 가진 오찬 자리에서 '성형 하지 않은 여자를 자연산'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나아가 룸살롱에선 '자연산을 찾는게' 트랜드라고 말한 모양이다. 이후 부랴부랴 '성형중독과 부작용에 대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사석에서 편안하게 발언한 것일 뿐, 성희롱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인터넷 공간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동안, 야권은 즉각 반박을 통해 안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사안과 발언의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작 중요한 우리 사회의 단면에 대한 성찰은 쏙 빠져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담화문에도 진정성은 안보인다. 그저 정계국면의 타계용으로나 쓸 요랑으로 밖엔. 내가 보기엔 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 들면 여/야 모두 공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나는 건, 어찌 중증장애시설 방문 후 내뱉은 말 치곤 맥락이 너무 다르고(적어도 사회복지나 장애시설 확충 논의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마디로 평상시에 생각이 없이 살면 이런 발화가 나온다)이런 식의 설화에 오른게 한 두번이 아니란 점에서, 거대여당의 원내대표의 철학부재에 대해 한탄하게 된다.

안상수의 발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
솔직히 그의 발언 내용 자체를 놓고 보면 내용상으론 틀린게 없다. 문제는 발화된 내용을 둘러싼 사회의 단면과 구조를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그룹들의 전신성형 문제가 뭐가 그리 새로운가? 연예인들의 성형 전/후 비교에서 부터 갖은 악플과 옹호로 점철된 황색 저널리즘 기사들이 얼마나 많았나? 연예 관련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나 패션 쪽 블로거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툭하면 연예인들의 성형사실을 공개하고 이슈화 했던 이들이다. 문제는 이슈화 자체가 아니라, 이슈의 이면에 담긴, 사회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점이다.
왜 걸그룹들이 전신성형을 할까? 그만큼 그들의 상품성이 급조된 통조림처럼 대량생산된다는 점엔 왜 눈을 돌리지 않는가? 6개월 정도의 시간 격차를 두고 끊임없이 붕어빵처럼 제조되는 자칭 '아이돌' 그룹의 문화가 이 땅의 대중문화를 접수한 지 오래다. 매일 언론은 '미친 존재감' '여신등극' '여심들썩' 운운해가며(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너무 자주 접하는 표현이어서 솔직히 지겹다) 새롭게 찍혀나온 아이돌 그룹을 띄우기에 바빴다. 그만큼 숙성되기 보단 속성과정을 택해 무대에 서야 하니, 전신성형의 유혹은 어느때보다 커진다. 우리시대의 가수들은 더이상 가창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급조된 매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상품으로 대체될 뿐.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서 이 땅의 대중문화엔 '다양성'이란 요소가 깡그리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아이돌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회사는 갖은 이면의 불법계약을 자행하며 '아이들의 진'을 빼먹는다. 어디 가수만 성형을 하나? 구인을 위한 면접시험을 대비해서 성형을 하는 사회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모두를 성형광풍으로 모는가? 그것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기 위해 쓸수 있는 게 '몸뚱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서민들조차도 가진게 없으니 '효과적인 몸빵'을 위해 성형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엄연한, 그러나 (입으로는 쿨한 척 '저 성형했어요'를 당당히 외치는 척 하지만) 속으로 후폐해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입으로는 스펙을 이야기 하면서 여전히 취업시장에서 외모를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두는 기업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성형중독은 부분성형에서 전신성형으로 퍼질 수 밖에 없다.
트위터니 블로그니 온통 연예인 이야기로 범벅이다. 여신, 미친 존재감.....좀 지겹다, 그만써라(마이 묵었다 아이가). 블로거들은 툭하면 자신들이 대안 언론이라고 포장하는 건 좋아하면서도 기껏 한다는 게 연예인 이야기로 포털 메인에 뜨는 것 이외에는 관심없는 당신들. 내가 보기엔 당신들은 안상수 대표와 똑같은 기대지평을 가진 자들이다. 그러니 다른 척 하지말라. 옴부즈맨 기능을 상실한 채, 황색 저널리즘 기사를 기계적으로 '제목만 바꿔' 포스팅한 당신들도 똑같다. 여야 모두 신자유주의 사회의 감성이 빚어내는 일상의 폭력에 눈을 감았다. 관리직 하위 말단이라도 차지 하기 위해 전신성형을 해야 하는 사회의 이면을 보기 보단, 보기좋은 떡이 좋다는 신념을 열심히 재생산한 당신들도 유죄다.
홍일화_Codi-Oiseau_캔버스에 유채_100×81cm_2007 홍일화_Codi-Poisson_캔버스에 유채_100×81cm_2007
여자가 성공을 위해 외모를 파는 사회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왔다. 다시 쓴다. 문제는 성공을 위해 '외모만' 팔 수 있는 사회는 불온하다. 시장에 대해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보여줄 다양한 자산대신,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든 건 누구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발빠르게 언론은 논조를 바꾸어 '성형부작용'을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안달하는게 보인다. 미안하지만 성형 부작용은 성형의 결과이지, 성형을 하게끔 만드는 사회의 구조적 진단은 아니다. 누구나 피하는 것이다. 성형해도 좋으니 이쁜게 장땡이라고 말하는 남자들의 정신적 습속이, 그저 몸을 바꾸어 성공의 사다리를 쉽게 타려는 인간의 습속이, '성형중독'사회의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그냥 안상수의 발언은 원래부터 '생각없이' 사는 이 땅의 한 남자가 내뱉는 '무의식적 발언'이다.
작가 홍일화는 화장중독/성형중독에 빠진 여성들의 신체 이미지를 주로 다룬다. 첫 그림 <페이스 오프>는 수많은 마사지 기술과 성형, 화장팩으로 무장되는 우리들의 일상을 담는다. 나는 처음 이 그림을 볼 때 불온한 생각에 빠졌다. 포르노 영화에서 여성의 얼굴에 '사정'하는 남성들의 음험한 욕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긴 뭐가 다를까 싶다. 말끝마다 '여신'을 들먹이며 남성의 시선에서 재단된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전신성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피부에 좋다면 생선 부레에서 부터 별의 별 것을 재료로 삼아 얼굴에 퍼붓는 모습을 작가는 보여준다.
홍일화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일면 '과장'되어 있다. 과장된 이미지들은 오늘날 인간이 만들어낸 "L'artificialisation_인공화" 즉 인위적인 과장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미 그것을 들여다보는 타자로서의 자신이 갖는 관계설정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해준다. 시각적 아름다움만이 보편적인 미의 개념이 된 사회에서, 미의 척도는 실상의 현실을 사랑하기 보단, 미디어가 매개하고 조작하는 파편덩어리가 만드는 이미지에 의존한다. 또렷하고 큰 눈과 주름 없는 피부, 탄력 있는 목선, 도톰한 입매와 브이라인의 턱을 만들기 위한 여성의 노력은 결국 남성중심의 역사와 끊임없이 신체를 대상화하는 매체들의 울부짖음이 만들었음을. 이 속에서 남성들도 결코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음을 인식하는 데서 부터 저항은 출발한다. 무개념 남자의 피폐한 정신구조를 보여주는데 일조한 '안대표'가 오히려 고마운 이유다. 오늘 안대표에게 '자연산' 활어나 한통 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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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병'에 커피나 담아 산책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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