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허 토르테의 명장을 찾아서
I have sweet tooth란 표현이 있습니다. 단것을 좋아할 때, 사죽을 못쓴다는 뜻으로 사용하지요. 오늘은 이런 스위트 투스를 가진 분들을 위한 포스팅입니다. 이번 비엔나 여행에선 '먹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도록사는데 돈을 다 썼을 텐데요. 비엔나에선 그런 뻘짓(?)을 하기엔 케이크가 너무 맛있답니다. 오늘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케이크 명가 데멜에서 경험한 자허 토르테 이야길 들려드리지요.
비엔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케이크 전문점 데멜입니다. 최근 방문객들의 말을 들어보면 너무 관광상품화 되어서 예전의 매력을 잃었다는 말도 들립니다. 하긴 자허 토르테를 굽는 곳을 아예 투명 유리창으로 만들어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만들었더군요.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많은 모양입니다. 짙은 자주빛 스트라이프 무늬 소파 위에 사람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군요.
이날 여러 개의 케익과 머랭을 시켰는데요. 사진 오른쪽 아래가 바로 자허 토르테입니다. 이 케익은 두 개의 스폰지 케익으로 굽고 중간에 새콤한 살구잼을 넣은 후 마지막으로 위에 '죽음에 가깝게 달콤함' 초컬릿으로 측면과 상단을 장식합니다. 많은 오스트리아 인들은 이 달콤한 자허 토르테를 혼자 먹기엔 밋밋하다고 느끼는지, 휘핑크림과 함께 먹는다네요.
비엔나의 대표적인 커피, 아인슈패너와 비엔나의 대표적인 머랭을 시켜 또 먹습니다. 아인슈패너는 커피에 휘핑크림을 엊은 것이죠. 아인슈패너란 말도 참 재미있는것이, 원래 뜻이 말 한필이 끄는 마차란 뜻입니다. 이 언어의 의미가 전성되어 '혼자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네요. 결국 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죽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커피인 셈입니다. 머랭엔 옥수수 전분을 이용해서 그향이 달콤한 크림에 묻어나옵니다. 먹으면서 자문합니다. 그래 다이어트는 잊자.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데멜의 입구입니다. 그러고보니 자허 토르테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군요. 이 케익의 레시피는 19세기 초로 거슬러 갑니다.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왕자가 자신의 주방장에게 손님 접대용 특별 디저트를 만들라고 특령을 내립니다. 이때 대장 요리사가 몸져 눕는 일이 생겼는데요. 그래서 당시 도제로 있던 16살의 프란츠 자허가 '오늘밤 나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는 왕의 명령에 따라 만든 토르테(케이크)입니다. 이후 도제를 마친후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제과점과 와인가게를 열게 되죠. 오늘날 데멜의 시작이자 비엔나 최고의 관광명물이 되었죠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다양한 케익들이 가리전히 트레이 위에 놓여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습니다. 비엔나 여행하면서 느낀 건, 한국의 물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서울에서 별 웃기지도 않은 와플에 커피 두잔 먹으면 얼마가 드는지는 잘 아실겁니다. 비엔나에서 커피 두 잔에 케이크 두 개값이 서울보다 저렴하더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죠
이건 포장된 모짜르트 쿠겔이라고, 자허가 한창 일했던 잘쯔 부르크의 명물, 초콜렛입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계명을 이번 여행 하면서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달콤함을 탐닉하는 시간은 너무나 후딱 지나갑니다. 아쉽습니다.
겨울여행은 유독 추위로 인해 몸이 지치기 쉬운데요. 이번 비엔나 여행에선 단것들을 너무 먹어서 그런지 살이 통통하게 올랐습니다.
자허 토르테를 굽고 있는 제빵풍경입니다. 유리창문을 달아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해놓았습니다. 앞에 장식 또한 빵으로 만든 작품이지요.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제빵사들의 모습이며, 청결한 업소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고......
갓 구워낸 토르테 위로 설탕시럽을 코팅해서 윤이나게 만들고 있군요. 20세기 초, 이 자허 토르테의 레시피를 둘러싸고 법정 분쟁까지 일어납니다. 호텔 자허와 제과점 데벨 사이에서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란 명칭을 동시에 쓰면서 생긴 일인데요. 워낙 잘 팔리다 보니 그런거죠. 결국 레시피를 조금 바꾸어서 호텔 자허가 '오리지널 자허'란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데멜에서는 삼각형의 봉인을 붙여 <에드워드 자허(자허의 큰 아들)>토르테를 팔기로 하고 화해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지나갔지만 12월 5일은 오스트리아의 '자허 토르테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네요. 그래서일까요? 비엔나 공항 선물센터에 가면 이 자허 토르테를 파는 곳이 부지기수랍니다.
달콤함에 젖는 시간......비엔나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내 안에 있는 유랑의 유전자가 너무 강한 탓일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꾹 눌렀던 것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걸까요?
오늘 점심엔 디저트로 달콤한 케익 한 조각 꼭 먹어야겠습니다. 같이 가실 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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