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마음을 안정시키는 그림-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다......

패션 큐레이터 2010. 12. 11. 09:00
 

 
전미경_나는 빛이다_캔버스에 유채_160×112cm_2010

지난 주, 미친듯이 일을 했습니다. 밀린 원고도 쓰고, 회사일도 마무리하고, 꽤나 길었던 부재의 시간은, 역시 일처리 하나만큼은 부지런을 떤다는 칭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많은 가면을 쓰고 삽니다. 미술과 패션에 관한 글을 쓰는 일, 강의를 하는 일, 두 개의 회사를 꾸려가는 일, 어찌보면 제가 선택한 일이긴 하지만, 항상 버겁고 그 와중에 흔히 말하는 '정신줄을 놓고' 괜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전미경_푸른 수면_캔버스에 유채_68×130cm_2010

마음이 힘들 땐 항상 그림을 봅니다. 전미경이 그린 푸른 수면의 저 적요한 표면들. 현란하게 빛을 굴절하고 튕겨내, 영롱하게 자신의 외피를 가꾸어내는 바다의 지혜에 눈을 기울여봅니다. 내 자신의 그릇을 키워 넓은 바닷물을 담을 수 있기를 기도하지만 여전히 옹졸함을 내면에서 배제하지 못하는 저는 그림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그저 그림 속 세상의 일부가 되길 꿈꾼답니다.

 
전미경_푸른 수면2_캔버스에 유채_65×162cm_2010

바다 앞에 서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바다에서 듣는 파도 소리는 백색파장입니다. 도시 소음에 힘겨운 시간들을 보낸 이들에게, 반복되는 화이트 사운드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바다의 파도 소리가 한편의 음악보다 인간의 마음을 더 강력하게 치유합니다. 그것은 귀뿐 아니라 떨림과 진동, 찰랑찰랑 서로 부딛치며 반복되는 안정된시각적 패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미경_푸른 수면1_캔버스에 유채_65×162cm_2010

우리는 흔히 도시 속에서 정신의 탈출을 꿈꾸곤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시 속 소음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죠. 도시 소음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결코 신체에 나쁜 결과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여러분의 귀의 달팽이관에는 청각세포가 있는데, 저주파는 달팽이관 안쪽에서 느끼고, 고주파는 바깥에서 느낍니다. 문제는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경우 듣는 소리는 대부분 2천 헤르츠 정도의 진동수를 갖는데요. 이것은 달팽이관 안쪽에서만 느끼게 된답니다. 특정부분에서만 느껴지는 소리가 지속되면 우울증세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하네요.

 
전미경_나는 빛이다1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0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화이트 사운드라 불리는 백색 소리입니다. 여기에는 고주파 중주파, 저주파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달팽이관의 모든 세포가 느끼는 소리가 백색소리이자 자연의 소리입니다. 자연이 우리를 치유한다는 것은  이런 효과가 그 배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란 결국 떨림입니다. 마주침이자 서로의 접촉면이 생길 때 발생하죠. 자연의 소리가 좋은 것은 우리의 몸이 전인격적으로 자연의 소리에 합하여 떨리기 때문입니다. 숲의 소리, 갈대소리,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을 때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집중력이 높아지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신이 창조한 세 가지 파장의 떨림을 골고루 듣는 결과로 얻게 되는 선물인 것이죠. 타인에 대한 떨림을 상실한 사회, 타자의 목소리가 그저 권력과 폭력으로 눌러야 하는 사회로 변모될수록, 우리는 더욱 온 몸으로 떨리며 소리를 내는 자연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전미경_빠져들다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0

작가 전미경은 그림 그리기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포기한 적이 있답니다. 바로 그때 그녀를 지켜준 것은 바다였다고 말합니다. 바다의 수면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빛의 알갱이들, 그 입자는 하나하나가 곧 생명체처럼, 푸른 바다의 망막한 멍울을 껴안습니다. 그 속에서 태어나고 죽고 생의 사이클을 묵묵하게 지켜나가죠. "끊임없는 바다의 출렁임은 이 환생의 고리를 연결시킨다. 바다, 그 질료적 무게는 존재의 무게를 엿보게 한다. 본질적으로 바다는 물이며 물과 사람은 본래 하나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들리나보다"라는 작가의 변처럼, 바다는 생명과 생명을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바다에 서면 그 고리들이 서로 얽히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전미경_빠져들다2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0

전미경의 파도 그림을 보니, 정말 수면위의 찬란한 빛 속으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니까요. 그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이 어두운 현생을 모질게 살아냄으로써 모든 생의 빚을 다 갚은 후에, 저 짭조름한 바다의 시원 속으로 걸어들어갈 준비를 하는 우리들은, 누가 뭐래도 귀하디 귀한 빛의 아이들입니다. 주말입니다. 전 또 밀린 원고와 경영기획서로 휴식을 갖기란 애시당초 어렵습니다. 힘들때일수록, 그림 속 세계 속으로 들어가 더욱 평안한 감성을 가져보세요. 힘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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