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타인을 포옹하는 방법-당신은 누구를 껴안고 있습니까?

패션 큐레이터 2010. 7. 11. 22:45

 

 

 

애다드 한나 Adad Hannah_Embrace (Boy Alone)_2채널 비디오설치_00:05:07_2007

자유예술캠프 강의로 오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4시간 동안 지속되는 강의에 영화 속 패션에 드러난 시대의 풍경과 속살을

하나씩 살포시 꺼내어 드러내는 일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옷에 잡힌 주름처럼 시대는

촘촘하고 때로는 조밀하고 성근 당대의 풍경이 접혀 있었으니까요. 이제 이집트를 넘어 그리스를

보았고 이제 다음주엔 고대의 영광, 로마의 패션을 살펴봅니다. 다행히 강의를 듣는 분들이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만큼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죠. 오늘은 집에 돌아와 밀린

두 개의 원고를 정리하고 드디어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좌우하는 다양한 지수와 좌표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항상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관계'입니다. 이 관계란

단어만큼 복합적이고 풀기 어려운 단어도 없지 싶을 정도로, 관계는 인문학적

성찰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 개인이 맺은 관계'를 돈처럼, 자본처럼

생각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관계자본(relationship capital) 입니다.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악수를 하거나 깊어지면 포옹을 하거나, 그렇게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과 '촉감'을

통한 만남을 경험하게 되지요. 관계의 친밀감이 커질수록 이 촉감의 강도도 세지고

행복도 더욱 증강됩니다. 누군가를 껴안는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죠.

 

 

애다드 한나 Adad Hannah_Embrace (Girl Alone)_2채널 비디오설치_00:05:07_2007

비디오 작가 애다드 한나의「포옹 Embrace」에는 타자를 껴안는

방법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타인과의 촉감의 기억을

통해 소환해내고 이를 저축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작품 속엔 현실의 세계에서

만날 수 없는 두 연인이, 빔 프로젝트의 투시를 통해 따스한 포옹을 나눕니다. 독일에 있는

후배를 인터넷을 통해,대화를 하고 얼굴을 봅니다. 시 공간을 뛰어넘는 기술의 발전, 모 통신사의

카피처럼 인간을 위한 기술이기도 하죠. 기술이나 인문학이나 결국 인간을 주체로 하지 않을 때, 포옹보단

관계를 찢고 자본을 우선하며, 개인의 사적이익이 공익보다 앞서는 세상을 만들게 되면 결국 그 결과 값 앞에서

처참해 지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세상 속의 인간, 우리들이 될테니까요. 촉감의 기억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혈흔을 타고 흐르는 인간의 따스함, 모처럼 만에 찾아가 뵌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 차려주신 저녁을

먹다가, 문득 손을 잡는 엄마의 촉감, 세상이 여전히 버텨볼만한 공간이라고, 긍정하게 되는

데는, 역시 이 관계의 친밀함이 빚어내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자본으로 주고 사야 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현진의 연주로 듣는 <기다림>을 올립니다.

누군가를 껴안기엔 여전히 내 안에 옴팡진 마음들이 무거워 게워내야

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분들과 이 곡을 듣고 싶네요. 물론 저 또한 토내해야할

감정의 토사물들은 많답니다. 서로를 위안하며,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질 긍정의 힘을 믿으며

오늘 하루, 아니 다가올 한 주 멋지게 살아가자구요. 행복하세요.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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