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부터 3일동안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우연하게 신지혜 아나운서의 추천으로 함께 동승하게 된 제천 음악영화제 여행길이
올해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음악을 테마로 한 영화제다 보니, 영화제가 아니면 거의 볼 기회가 없는
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매년 기다리는 영화제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청풍호수 위 언덕위에 예쁘게 지은 펜션을
발견, 올 해는 그곳에 꼭 머물리라 마음을 먹었죠. 블루밍 데이로 갔습니다. 올 영화제는 부산하게 몸을 움직일 각오를 했죠.
리바이스 데님진 캔버스화를 챙겨갔더랬습니다. 샤프란빛 가옥이 곱지요. 막상 실내를 들어가니 기대에는
다소 미치치 못했지만, 주변 풍광이 워낙 곱다보니 참을만 했습니다.
펜션 구조가 하나같이 집 앞에 정원과 호수를 향해 열린 테라스를 가지고 있어요.
나무 의자에 앉아 차 한잔 마시고, 가져간 조르주 페텍의 소설집을 꺼내 읽었습니다. 이날 저녁을 위해
제천 들어오는 길, 육질이 좋은 돼지고기 목살과 바베큐용 수제 소시지와 야채도 샀습니다. 야외 바베큐 파티를 했답니다.
세찬 비가 사선으로 쏟아지는 포도위로 차를 굴려 도착한 펜션을 둘러본 후, 다행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치고 초록빛 잎파리 사이로 짙은 여름의 기운이 달아오르는 시간, 여름 기운이 품어내는 열기는 마치 선율처럼
공기 속의 미립자가 되어 떠다닙니다. 영화 속에 삽입된 음악의 코드를 읽어내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청풍호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첫날 묵은 펜션보다 오히려 이틀째 묵었던 호텔이 더 좋지 않나 싶네요.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고요한 아침, 비상하는 새들이 떼를 지어 활공하는 풍경도 좋고, 시간이 있었다면 물살을 가르는
보트를 타도 좋았을거 같네요.(최근 알게된 사실인데 호수에서 보트를 너무 많이 타면 물고기들이 놀란다네요.
그래서 에코주의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이건 그냥 패스합니다.
가격은 펜션 또한 워낙 세기 때문에 다음에 가실 기회가 되면 비교해 보시고 가세요.
단 펜션은 자유롭게 요리를 하거나 바베큐 파티를 할수도 있고, 고즈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터라
원경의 전망은 더 좋은 편이긴 하죠. 하지만 저는 테라스에서 보이는 호수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깊음의 풍경이
더욱 좋더라구요. 그냥 저의 취향일 뿐입니다.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의 유일한 상영관인 TTC입니다. 노랑/빨강/파랑이 색면 덩어리를 이룹니다.
제천은 생각보다 자그마한 도시입니다. 국제급 영화제를 소화하기엔 아직 부족한 인프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년 여동안 끊임없이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계속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작은 소도시답게 특화된 테마의 영화제를 기획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셈입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함께 간 지인들과 극장 앞 커피샵에 들러 아이스 원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안타깝게 영화제가 되면 몰려드는 손님의 숫자에 비해, 인원을 소화해낼 수 있는 주변 공간이 부족합니다)
커피맛을 기대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Welcome 이라 쓰여진 아도비빛 인형이 귀엽잖습니까?
커피 하우스 앞에서는 주말이면 항상 거리의 악사처럼
음악 공연이 펼쳐집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함께 간 지인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영화제는 메인 파티를 다니며 아는 분들과 인사를 하며 보낸 시간이 더 깁니다. 예전
우노필름에서 일을 배우던 시절, 알던 프로듀서 형도 만났고, 차승재 사이더스 전 대표님도 뵈었고
배우 문소리님, 플럭서스 뮤직 김병찬 대표님, 절대미각의 소유자인 영화제 프로듀서 전진수 선생님도 다시 뵙고.
영화 <올드보이> 최근 출시한<아저씨>의 영화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심현정 선생님을 뵈어 만남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국의 영화음악시장과 창작자들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생력과 문화적 다양성을
소화할 수 있는 풍토와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키워오지 못한 탓이죠. 이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요.
영화관 앞 포토존에서 열심히 셀카를 찍는 이분......3년이란 짧은 시간의 만남동안
아마 제게 가장 선한 영향력을 끼친 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지기
아나운서 신지혜 누나입니다. 많은 음악방송이 특성을 잃고 대중가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파랑 속에서도
선연하고 꾸준하게 영화음악과 관련 내용들을 소개하는 일을 10여년이 훌쩍 넘도록 진행하고 계세요.
겸손하고, 무엇보다 이 분처럼 주변의 지인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분도 없지 싶네요.
신지혜 아나운서와 함께 <신영음>의 방송작가로 일하시는 천진란 작가님
저는 저 보다 어리신줄 알았다가 마지막 날에 가서야 누나님을 알았다지요? 절대동안의 소유자
조근조근, 말씀도 따뜻하게, 행동은 더 따스하게 자신이 쓰는 방송 스크립트처럼 만나는 이들을 안아주시는
좋은 분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 중 한 분이지요. 어린시절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으셨다고
하더군요. 천진난만이란 단어만 나오면 아이들이 그리도 놀리셨다고.....하는 후문이ㅠ.ㅠ
왼쪽에는 '아이낳고 더 예뻐지는' <스타일리시 맘>의 저자 스타일 기획자 문정원님, 저랑 스타일 개념이
비슷하셔서 초면이지만 한 방에 이야기가 트인 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주변에 자꾸 늘수록 저는 행복합니다. 따님도
사진으로 봤는데 너무 예뻐요. 어깨에 매신 예쁜 사진기 케이스겸용의 빈티지 백. 6천원에 사셨다는
이야기에 "저와 비슷한 내공을 가진 분을 뵌듯 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보다 나으신듯.
오른쪽 해맑게 웃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건강한 여인은? 작년 제천영화제에서 뵈었던
영화 프로듀서 김효정님입니다. 사막 마라톤 완주로 유명하시죠. 여성으로는 동양 최초이자 전 세계
세 번째 그랜드슬래머입니다. 지구에서 뜨겁고,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사막을 건넜습니다. 모로코 사하라,
중국 고비, 칠레 아타카마, 이집트 사하라, 남극에 걸쳐 총 1,051km를 완주했다지요. 가녀린 몸매와는 달리
지금까지 <무사><호로비츠를 위하여><역도산><결혼은 미친짓이다>무수히 많은 필모그라피를 가진
차세대 영화 기획자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이틀째 날, 신지혜 아나운서가 음악다방의 주인장이 잠시 되었다죠?
현장에서 써서 올린 사연들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는 시간, 마치 70년대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음악 신청했습니다. 엘튼존이 불렀던 "굿바이 옐로 브릭로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이 있던 날, 우연히 옥외에서 열리는 대회장으로 가던 길
열심히 웃으시면서 기타연습 하시는 분이 있어서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요......
세상에 이 분 팀이 <거리의 악사> 대회에서 우승을 하셨네요.
이제 음반을 낼 기회도 얻으시겠군요......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약간 강호동씨의 무릎팍 도사에 나오는 올밴 느낌이 들었는데 예능프로 하셔도 잘 하실거에요.
이번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에선 4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비틀즈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던 그래픽 아티스트 클라우스 부어만의
삶을 다룬 <클라우스 부어만과 비틀즈>, 40대에 접어든 수녀가 겪는 몸의 변화를
통해 폐경기를 앞둔 여성들의 여성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는 <가을 아다지오> 도시의
유목민처럼 음악과 자유를 외치며 살아가는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도시의 악사들>, 과거의 어두운
모습을 극복하고 래퍼로 성공한 부시도의 이야기 <일렉트로 게토, 부시도 이야기> 등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가수 존 바에즈와 피아니스트 글렌굴드의 다큐멘터리는 손도 써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진되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본 작품들도 그 내용이나 여운이 깊었습니다. 이건 하나씩 정리해서
올리도록 해보지요. 영화제 동안, 음악이 영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음악이란
테마와 소재가 이야기를 담는 액자와 같은 영화와 어떻게 만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짧은 여행길이었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돌아오자 마지
글을 남기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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