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파리 여행사진을 정리 중이다
미술관 전시를 위해 모드 박물관으로 길을 옮기던 중
비오는 날, 결혼기념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커플을 만났다.
어디를 가나 결혼식 풍경은 참 비슷하다. 설정사진을 찍는 모습도 비슷했다.
왜 카메라의 렌즈가 이제 막 결혼한 연인들에게
다가갔는지 잘 모르겠다. 많은 설정사진을 봤지만 차를 미는 건
처음 보기도 했고, 그 모습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예전부터 마음먹은 것
중에 하나가 결혼식을 외국에서 하는 거였다. 돈이 많아서? 혹은 간지 세우려고? 천만에
그냥 조용하게 작은 시골성당에서 친구와 하고 싶었다. 화가 임옥상 선생님이
결혼하셨다는 고호가 살던 마을어귀의 작은 성당이 왜 그렇게 댕기던지.
국제비즈니스란 명목의 일을 하는 동안
친구들의 결혼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외국출장동안
어찌 그리 결혼식이 겹치던지, 친구들에겐 항상 면목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외국에서 단 둘이 하겠다고 했던거였다. 너네 초대 안한다......내가 뭔 낮짝으로
이렇게 친구들에겐 말을 붙여보곤 했다. 그래봐야 돌아오는 건 '퍽퍽퍽!!!!'
옷을 좋아하는 지라, 결혼식때 입을 의상도 신경써서 골라보려
마음먹고 있다. 이상봉 선생님께 부탁을 해 볼 생각이다. 독특한 드레스와
수트를 입고 퍼포먼스를 해보는 것도 좋지 싶다. 결혼행진곡은 리스트의 곡을 쓰되
호로비츠가 재즈풍으로 편곡한 결혼행진곡에 맞춰 신나게 행진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가는 동안 걸리는 시간은 '눈물'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시간은 상대적으로 흘러, 너무 바삐 가는
흐름 속에 추억과 기다림을 쌓는다.
내일을 무모하게 인정하는 것.
그렇게 누군가를 내 곁에 두는 일일 것이다.
세월 속에 차곡 차곡 쌓이는 그와 나의 닮은 꼴 생의 궤적 위로
배려란 필요의 선물을 한 아름 매일 매일 풀어놓는 것. 그/그녀가 서로의
풍경이 되어 걷는 길위엔, 뭐가 있을까? 함께 타고갈 차가 때론 멈출 수도 있을 것이다
기름이 떨어지거나, 부분고장을 일으킬수도 있고, 엔진이 먹통이 될때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함께 밀수 있어서, 끌고 당길 수 있어서
진통의 순간들은 황홀하고 즐거울 것 같다......
살아보라고?
차를 미는 신혼 부부앞에서
치밀한 연륜의 충고는 거두어두시길......
**
사랑하는 동생 레드피그의 결혼식에 부쳐.......잘 살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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