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내 인생의 한장의 그림-희망은 나의 힘

패션 큐레이터 2010. 1. 7. 16:50

 

 

조지 프레데릭 와츠 <희망>

1885년, 캔버스에 유채, 런던 테이트 모던 뮤지엄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 많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부터, 다른 2권의 책 출간까지, 부산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사업계획서를 마무리 하느라 늦은 점심을 끝내고 짧은 휴식을 갖고 있습니다. 힘들때마다, 속이 상할 때마다. 보는 한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화가인 조지 프레데릭 와츠가 그린 <희망>이란 작품입니다. 대중미술서에 자주 소개된 터라, 여러분도 이 그림은 많이 익숙하겠지요.

 

<희망>이란 그림제목이 와닿지 않을겁니다. 그림 속 여인은 총체적 절망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붕대로 가린채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가늠할 미래가 없다는 것, 비전을 가지기엔 버거운 현실이 그녀를 누르죠. 그녀는 긴 여행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발바닥에 패어있는 균열들, 잿투성이 금으로 패어있는 발바닥이 보입니다. 초록물을 들여 곱게 지은, 드레스는 오랜 여정동안 닮고, 물이 빠져서 주름투성이가 되어 몸에 딱 달라붙었군요. 옷을 입은 채로, 폭풍우와 혹한을 통과한 까닭입니다. 조글조글 몸 위에 각인된 옷 주름이 그녀가 처한 곤궁의 가짓수를 말하는 것 같네요. 하늘 아래, 오로지 한개의 별, 그 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앉아 부서진 라이어에 귀를 대고 있습니다. 부서진 수금엔 딱 한줄의 현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희망'의 현입니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 고이면 꽃은 피거니 /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영원한 비탄은 없느니라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

 

2010년 우리를 위해 마주잡을 손 하나가 오고 있음을, 반드시 믿으며 나가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힘내시구요.

 

 

오마이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입니다. http://blog.ohmynews.com/curator 로 오세요.

패션단상과 촌철살인의 비평을 통해, 패션을 협소하게 이해하는 세상과 맞짱을 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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