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사십수의 저주를 풀어라-꼬인인생을 풀어주는 조각작품

패션 큐레이터 2009. 12. 2. 21:14

 

 

김주호_푸하하_질구이 삼벌_66.5×30×22cm_2009

 

사람들이 제게 사십수를 앞두고 고생이 많을 거랍니다.

세월의 격자란 참 무서운 것이어서, 흔히 이십수, 서른수, 사십수 하며

마치 10년을 단위로 하나의 다른 차원으로 건너뛸 때, 그냥 조용히 보내주면 좋으련만

힘들게 시간의 강을 건낸만 큼, 더 열심히 살라는 뜻인 것인지, 점점 더 일상에서

일이 꼬이는 빈도가 잦아졌습니다. 별것 아닌것도 머피의 법칙을 따르네요.

 

 

김주호_탐구학습 A study of truth_질구이 삼벌_66.5×30×22cm_2009

 

도시에서의 삶은 퍽퍽하고, 비정하며, 젖은 땀내나는

생의 현상학을 드러냅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소통되는 일도 없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공간. 혹독한 도시 공간의 격자를 메우는 인간의 삶은

이렇게도 비루하고 버겁습니다. 한자를 보면 인간(人間)입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유와 여백이 있어야만, 인간의 사회에는 소통의 꽃이 피고 풍성해진다는 말이겠지요.

 

 

김주호_사랑스런 Lovable_질구이 삼벌_68.5×21×19.5cm_2009

 

친구와 심하게 다투어 속이 상했던 날,

아주 예전 조각가 김주호 선생님의 작품을 본 것은

제가 막 삼십수가 되던 그해 겨울이었습니다. 황토빛 붉은 기운이

도는 따스한 흙으로 구어낸 사람들의 형상은 결코 심원하거나 무겁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부장님께 그해 가을/겨울 시즌

기획서를 제출했다가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된통 혼이

났던 날. 그저 저도 모르게 그의 조각을 보다가 막 웃어버렸습니다.

 

 

김주호_귀엽지 Fetching ways_질구이 삼벌_60×20×18cm_2009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사람과 사람이, 진심과 진심이 통하는

아주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지만, 사실 현실에서 그

세상의 프로필만큼 획득하기 어려운 것이 없음을 배우게 되지요.

 

김주호의 조각이 막힌 가슴을 여는 힘을 가진 것은

바로 미술 내부의 폐쇄성을 넘어 열림과 소통을 지향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열심히 매달 미술관련 저널과

잡지를 탐독하며 전시를 다닐 때였지만, 현대미술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미술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지요. 그런 담담함과

답답함이 교차하고 있던 그때, 김주호 선생님의 조각은 신선했습니다.

복잡하지 않게 사람과 미술이 상호소통할 수 있도록, 이를

가능케 하는 문맥과 상황을 흙으로 구웠던 것이죠.

 

 

김주호_그러면 그렇지 Well all right_질구이 삼벌_68×49×21cm_2009

 

그에게 있어 작품의 소재는 항상 이웃이었고

극도의 단순한 조형을 통해 여유있는 사람들의 웃음을 담았습니다.

어떤 평론가가 그의 작품을 보며, "하나같이 인물들이 통자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사람과 통하려고 그리했나 보다'라며 우스개로 일갈을 하기도 합니다.

 

사십수니 뭐니 해도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에

원만한 소통의 통로 하나를 빚어낼 여유 없이 살아온 지금의

나와 우리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나이 40이 넘는다고 해서 그 상처와 아픔을

쉽게 감내해낼것 같지 않습니다. 대학시절 조각을 전공했지만 서양의 거장작품을 본뜨며

자신의 범본을 만드는 대신, 이 땅의 석불과 그 앞에 합장하는 사람들의 손을 보며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조형의 방식을 찾고 싶었다는 작가입니다.

 

좀 더 쉬운 언어와 기법을 이용해서 한눈에 이해할 수 있기에

 다의성을 내포해서 오히려 의견이 갈리고 화내는 그런 작품에서 볼수 없는

우리 이웃의 웃음과 슬픔을 표현한 그의 작품에는 따스함이 견고하게 녹아 있습니다.

 

 

 

김주호_나는 지금 My present self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2.5cm_2009

 

겨울이 깊어갑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면

송년이라는 일상의 행사들을 치뤄내야 합니다. 정말이지

이 땅의 정치인과 경찰청장이 주로 내뱉는 표현처럼 '유감'이 많은

한해를 보내야 합니다. 포용의 그릇을 키워 여전히 내키지 않아 상처가 되었던

것들을 껴안아보고, 더욱더 견고하게 내면이 살찌고 커가는 우리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잦은 회식으로 허리가 통자가 되는 건

그래도 피해보는게 좋겠죠. 마음을 '통'하는 일에

작은 정성을 쏟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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