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당신이 함께 해서 참 좋습니다

패션 큐레이터 2010. 3. 11. 00:26

 

 

주아름_당신이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_나무에 드로잉_75×58cm_2009

어제 밤 까지만 해도 펑펑 내리던 마지막 눈이

퇴근 길, 돌아오는 골목엔 이미 녹아있네요. 이제 더 이상의

시샘은 없을 듯 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을 계속 잡아둘 수 없었던

겨울의 환도, 그렇게 우리를 뒤로 하고 사라져가네요. 작가 주아름의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나무를 깍고 곱게 사포질을 한 후에 드로잉을 하고 채색을 했습니다.

주아름_당신이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_나무에 드로잉_36×88cm_2009

그녀의 그림 속엔 '홀로' 놓여진 이들이 없습니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지라도, '함께' 있지요. 함께 한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함께 라는 말은 '서로에게 가는 길을 내준다'는 뜻이랍니다.

그가 나에게 오고, 그녀가 나에게 오듯, 나 또한 그/그녀에게 다가가는 것, 서스럼 없이.‘

함께 라는 말은 길을 만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같은 생각과 소망, 비전을 품고

상궤를 벗어던진, 여행자가 되어 함께 손을 잡고 투과하는 햇살 사이를

걸어가는 것입니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고, 우리의 몸이 맞닿을 때,

우리의 만남도 무르익습니다. 미만한 봄빛에서 뜨거운 여름을 지나

율색 가을빛을 맞아 달디 단 향내 품는, 만남을 갖습니다.

 

주아름_당신이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_종이, 나무에 드로잉_68×68cm_2009

인간에게 옷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홀로' 골방에 있을 때 결코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답니다. 누가 보지도 않고, 보여줄 이도 없지요.

결국 '옷을 입는 다는 것'은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인간이 걸쳐야 할

제2의 피부이자, 삶의 확장입니다. 옷을 통해 인간은 공적인 삶의 무대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한땀 한땀 엮이며 성그는 한벌의

옷을 만들어갑니다. 홀로여서는 그 옷을 만들지 못합니다.

주아름_당신이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_나무에 드로잉_30×65×10cm_2009

오늘 연세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의생활학과 교수님을 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복식사회심리에 대한 특강을 부탁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도 흔쾌히

허락을 한 상태입니다. 단 좋은 자료들을 뽑아서 기존의 강의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내용들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내려옵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그렇겠지만 저 또한 이 부족한 공간을 통해

셀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서적인 지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요. 한국에서 가뜩이나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는 서양 복식사를

혼자서 공부하면서, 부족한 자료들을 채우고 읽어내고, 대부분 원서인 책들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자의 몫은 많이 외로웠답니다.

 

그렇게 외로운 시간을 보낼 때, 제 블로그엔 이상하리만치

기적이 일어납니다. 패션글을 아무리 올려도 내용과 관련없는

댓글들이나 난무하던 곳엔, 사실은 '옷을 미치게 좋아하는 이들이 마음을

감춘채'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예종 자유예술캠프에 갔고

젊은 친구들을 만나 오히려 격려를 받고 힘을 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기우는 것'입니다. 기운다는 것은

봉합한다는 것이고, 아픔의 속살을 희망으로 한땀 한땀 지워간다는

것입니다. 정교하게 마름질한 가는 목판 위에, 서로의 만남을 기다리는 사물들을

배치시킨 작가의 마음이 어찌나 고운지요. 물결치는 형태를 한 건

그만큼 우리의 만남이 쉽지 많은 않은 환경, 가령 바다처럼

광막하고 파도치는 곳에서 이뤄지기도 한다는 거겠죠.

 

주아름_당신이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_나무, 종이에 드로잉_74×54cm_2009

최근 제 블로그에 자주 오는 람람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요. 오늘 연세대에 갔다가 이 친구를

만났는데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대학시절의 제 모습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어찌된 것이 그 잘난 한국적 인맥을 만들어가기에 필수적 코스라는

대학친구, 고향친구, 교회친구는 어디에 가고, 우연하게 만난

이들에게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늘어놓고 있는 제 자신을

볼 때가 있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행복의 조건>이란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인간이 만들수 있는 관계의 망은 47살 이전에 만든 관계로부터

조형된다고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우연한 만남에서 더욱 큰

행복을 위한 조건과 지지를 얻게 될 확률이 높다고 쓰여있더군요.

 

오늘도 이 람람이란 친구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강의를 위해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제목을 떠올리곤 한정판 DVD

를 살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찌나 기쁘던지. 차기 강의를 위해

꼭 필요한 영화였거든요. 하여튼 세상 곳곳에 저를 위해 좋은 정보와

조언과 격려를 주는 멋진 이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 공간에서 저와 함께 하는

여러분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그럼요. 그러니 살아야겠어요.

이 사랑이 버블처럼 쉽게 터지는 사랑이 되지 않기 위하여

더욱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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