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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자유예술캠프를 시작하며-창의성, 도시의 회색빛 갑옷을 뚫다

패션 큐레이터 2010. 6. 6. 03:03

 

 

S#1 창의성, 도시의 갑옷을 뚫어라

 

2010 하계 자유예술캠프가 열립니다. 작년 겨울 <패셔놀로지-패션을 읽는 6가지 기호>들이란 제목의 강의로 만난 후, 6개월 만에 시작되는 여름강의네요. 올 여름엔 <패션, 영화에 홀릭하다>란 제목으로 영화로 살펴보는 복식사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사회에 대한 '지식기부'의 형태로서 시작한 것입니다.  고가의 기업강의만 고집하다가, 우연하게 발을 담군 <자유예술캠프>였습니다. 한예종 자유예술캠프는 제게 많은 걸 줬습니다. 대학과 지식전수방식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학비는 턱없이 올리면서 교육의 질은 무너져가는 대학현실을 생각했습니다.

 

기업형 인력을 육성한다는 미명아래, 인문학을 폐위시키는 극단적 광기가 판을 칩니다. '창의적 인재'를 이야기 하면서도 지식의 가치를 잉태하는 방식에는 눈을 감은 대학의 '이중성'이 보였습니다. 인문학적 감수성이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말하면서도 위선적 작태를 지속해온 이 땅의 대학이었습니다. 중세 말, 교회의 절대적 가치 앞에서 땅을 잃고 떠돌아다니던 농노의 모습은, 경제적 교의 앞에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며 '삶의 위기'를 몸 속 깊숙히 내면화 시킨 도시인의 초상과 닮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턴트로 일을 했던 제가 인문학의 폐위에 이가 갈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 말이죠. 경영학만 공부한다고 경영학이 잘 흡수되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저였기에 그렇습니다. 보수가 말하는 '삼성이 원하는 인재'의 그 바탕에 감히 인문학적 감수성이 결합된 매니지먼트, 부서간 소통과 창의력을 끌어내는 열정이 있음을 이해합니다. 공부란 걸 해보면 해볼 수록, 각 분과들이 섬처럼 독립되어 부유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 섬들에 다리를 놓아,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때로는 갈등이 생기지만 그걸 해결하려는 시각을 갖는 것. 이 모든 과정들이 공부의 일환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가면서도, 인류학과 민속학의 현장조사방법이나, 범죄학의 프로파일링 기법, 사회심리학 텍스트를 읽어야 했던 건, 바로 위에서 설명드린 이유 때문입니다. 정작 전문가주의를 내세운 대학이, '특화교육'이란 허상에 빠져, 서로간의 담을 쌓는 짓.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곤조 아닌 곤조'를 부리게 된 이유입니다. 도시 내부에 섬처럼 떠 있는 대학들, 그 유휴시설을 재사용하고 재생 시키는 과정을 통해 먼지가 켜켜히 쌓여있는 인문학의 정신을 되살리고, 패션과 미술, 디자인 담론, 역사, 철학, 연극과 영화이론이 하나로 묶이는 강의를 해보자. 꾸욱 짜면 검은 담즙이 분비될 것만 같은 어둠의 시대, 웃음과 역전의 시간을 마련하는 '창의성의 명료한 순간'을 잉태시켜보자. 그런 각오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영화를 통해 복식사 전반을 훓습니다. 수메르와 이집트를 넘어 고대의 엘레강스를 완성한 그리스와 로마, 패션개념의 시작인 중세까지 살펴볼 예정인데요. 영화 속에 드러나는 옷 이름이나 요소에 천착하기 보다는, 이 옷을 입은 시대의 풍경, 그 바탕화면을 섬세하게 모자이크 만들 듯, 지식의 점들을 찍어보는 데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블로그에서 종종 영화 속 패션을 분석해서 올려놓곤 했는데요. 영화나 미술은 시각적 사료로서, 역사의 한 장을 기억, 복원, 재구성하는 자료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에 젖어,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역동성과 역사의 의미들을 지나치기 쉬웠습니다. 복식의 시원에서 중세 말까지, 이번 6강은 복식사 오딧세이의 첫번째 무대일 뿐입니다. 2년에 걸쳐 24주 강의, 8시간의 보강을 10회 정도 추려내면 5권의 복식사 책이 만들어질겁니다. 일본의 신화학자 나카자와 신이지가 쓴 <카이에 소바주-야생적 사고의 산책>시리즈를 보면서, 강의록을 잘 묶어서 책으로 내는 도전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강의는 저술과 달라, 현장성을 고려하면서 저자 스스로가 준비한 내용에 첨삭을 해야 하기에 더욱 생생한 내용들이 묶여나올 수 있습니다.

 

강의 Syllubus는 다음주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http://cafe.naver.com/freeuniv 에서 자세한 내용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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