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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특강 후기-패션의 윤리학

패션 큐레이터 2010. 4. 22. 17:05

 

 

오늘은 대림미술관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주제는 <에코 쉬크 Eco-Chic> 패션과 윤리학입니다.

패스트 패션의 광폭한 속도와 힘이 모든 시장을 평정하는 요즘

우리가 입어야 할 '착한 옷'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죠.

 

 

1부가 끝나고 가벼운 브런치를 먹고

2부에서 영화 <무명>을 봤습니다. 이후 간단하게 영화를 논평하고요.

이 영화는 제가 올 겨울 한예종 자유예술캠프에서 함께 보면서 공부했던 영화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일반 오디언스분를 상대로 다시 보며 강의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더군요.

원래 대림미술관은 재즈 공연을 함께 하기에 종종 갔었는데

이렇게 관련 강의 때문에 가게 되다니요.

 

 

복식사를 통해 에코 쉬크의 개념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친환경 패션의 개념사를 시대를 3개로 구분, 재미있게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개념이 서구에서 수입이 되면, 마구잡이로 이런 저런 소개책이

나오고, 강의도 만들어지곤 하죠. 아쉬운 것은 '개념'의 탄생과 그 역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수입해서 한국사회에 적용시켜야 할 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인문학적 성찰을 할 준비가 항상 부족했고,

그 결과 좋은 캠페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사회적 의제나 개념이 잉태되는 것은

그것을 가능케 한 사회 전반의 제 조건들과 양상을

알아야만 이것을 다른 사회에 이식할 때, 세밀하게 적용하며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나 문제점들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복식사와 미술사, 사회사, 풍속사를 결합한 패션읽기는

다층적인 시각으로 '바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패션'의 현상을

규명하는 좋은 시각과 관점을 제공합니다.

 

 

패스트 패션과 슬로우 패션에 대해서도

깊게 알아보고, 과연 우리시대에 슬로우 패션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지요.

적어도 2주에 걸친 빠른 상품회전을 위해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힘의 행세가 약소국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지 공부해 봤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아티새널 컬렉션>

은 지난 세월 디자이너가 직접 여행을 하면서 모은 빈티지나 버려진 옷가지들, 주운

소재들을 가지고 작업한 라인입니다. 옷에 담긴 인간의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옷을

입는 인간의 자부심을 또한 높이는 것임을 믿는답니다. 재활용, 아껴쓰기, 옷을 세대와 더불어 사용하기 등등

우리가 해야 할, 아니 만들어가야할 새로운 패션의 윤리 기준들을 정립하는 게 필요합니다.

 

복식사만 가르치다가 여기에 미술사와 미학이 덧붙여지고

이제는 윤리와 정치학까지 결합되는 군요. 저는 이러한 학문적 범주의

가로지르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상대의 눈에 비친 나 자신을 소중하게 받아

들일 준비를 한다면 말이죠. 뭔가를 가르치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내가 알아서 전수해준다는

생각보단, 사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들었습니다. 패션의 윤리, 착한 옷에 대한 생각들, 오늘 부족한

강의 들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