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꽃비가 내린다-그가 돌아오나보다

패션 큐레이터 2010. 5. 24. 02:09

 

 

배병규_꽃이내리다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09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1주년이 되던 날. 어둠을 지탱하는 하늘의 표피를 뚫고 맑은 비가 내렸다. 봄이 질때의 징후처럼, 내 마음속엔 꽃비가 사곡사곡 흘러 넘친다. 꽃이 방울방울 땅에 내리는 것은, 죽음이 궁극의 축복임을 말하는걸까?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그의 철학이 반드시 피어나리란 신념. 북풍에 의존하며, 간첩 사건을 공표하고 여론의 우위를 업고, 늙은 마음을 잡아내려는 안간힘 위로, 그 위증의 겉옷 위로 꽃비가 내린다. 우리 내 아픈 역사의 지층을 허물며 만든 거대한 인공수조, 청계 천 위로 꽃비가 내린다. 섬진강의 외래종 어류를 청계천에 풀고 수질이 좋아졌다 거짓말 하는 행정가의 가면 위로 꽃비가 내린다.

 

꽃들은 뭉게뭉게 화엄의 세계로 피어나, 여린 잎파리와 잎파리의 떨림 속에 임재하는 우주의 빛을 드러낸다. 한 떨기 꽃 앞에서 흠칫 머뭇거린다. 꽃의 상처가 내 안의 상처와 함께 접혀 단아한 생의 주름을 접는다. 일국의 대통령을 자살로 잃어야 했던 이 나라. 그 아픈 생채기 위로 꽃비가 내린다. 그래 이렇게 그가 오려나보다. 혼돈의 도시 서울에, 사람 특별시의 옷을 입히려, 그가 오려나보다. 꽃을 꺽어 그의 앞에 놓으려다, "그러면 꽃이 아프잖느냐"며 물을 그가 두려워, 꽃의 아픔 앞에서 울었다. 꽃이 내린다......정말 그가 오려나보다. 기다려야겠다. 겨울 나무에서 봄 나무에로, 이제야 봄이 오려나 보다.

 

그래 봄의 기적이 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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