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사과가 무르익기 위해 필요한 것들

패션 큐레이터 2010. 5. 8. 21:01

 

 

윤병락_Green apple_캔버스에 유채_223×221cm_2009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의 30주면 기념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참석 해달라고 하신데다, 저 또한 이번 기념전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을 본 적이 없는 터라, 꼼꼼이 작품들 살펴볼 겸, 회사일을 끝내고 청주로 떠났습니다. 전시회 리뷰는 다음편에 올리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 박승모 선생님과 김준, 임옥상 선생님을 포함하여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예작가와의 협업작업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김준 선생님과 박승모 작가는 이번 책 준비하면서 제가 쓰려고 했던 이미지 작업을 하는 분들이라, 다시 뵙게 되어 허락도 받고 일거양득이 된 날이었죠.

 

 

윤병락_녹색 위의 붉은 사과_한지에 유채_111×244cm_2009

 

전시회 후 이상봉 선생님과 대화도 나누며 식사하며, 술도 한 잔. 최근 한국의 대표적 쿠튀리에의 평전을 써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도 깊은 관심을 보인데다, 한국은 파리에서 10년째 작업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들의 카탈로그 레조네 조차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번에 이상봉 선생님의 작업을 한곳에 모아, 평전과 더불어 저만의 독특한 인터뷰와 글쓰기 방식을 통해, 디자이너 한 개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해 본다면, 이 책은 디자이너의 작가론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창조성과 예술의 합류점을 설명하기 위한 전범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좋은 작업을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나 보네요. 제 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저를 지켜주고 성장시켜온 것은 9할 이상이 '만남'입니다. 앞서 나간 이들을 만나 그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미술이란 언어를 통해 엮어내는 일. 저는 이 일이 참 좋네요. 윤병락의 사과 그림처럼, 좋은 사람과의 만남엔 능금향 여운이 남습니다. 남은 기운이 대지로 흩뿌려지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씨앗을 뿌리며 짙어지기에, 그 만남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거죠. 사과가 무르익기 위해 햇살과 순정품의 물과 바람의 연금술이 필요하듯, 한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많은 이들과 어울리며 배우며 살아가는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꼭 한국적 쉬크, 코리안 쉬크를 찾는 여행자가 되고 싶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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