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살아 살아 내 살아.....다이어트는 힘들어

패션 큐레이터 2010. 5. 6. 01:48

 

 

이송준_Fat man_스테인레스 식기_200×100cm_2009~2010

 

방송 때문에 다이어트에 돌입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거울을 보면 얼굴이 조금은 야윈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예전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위해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진의 모습처럼 가려면 앞으로도 10킬로그램은 더 빠져야 할 거 같거든요.

 

문화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현대인의 다이어트 중독을 '새로운 경제적 급부를 가진 계층'을 선별하는 일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로마 시대에도 원로원을 비롯해 가진 자들은 항상 자신의 몸매에 신경을 썼더군요. 원로원의 정치인은 하루에 한번씩 오트밀을 갈아 만든 미용팩을 했구요. 살이 찐다는 건 결국 탄수화물의 섭취가 높다는 걸 의미하죠. 경제적 급부가 높은 계층일수록 고단백 위주의 식사가 용이하고, 자신의 몸을 가꾸는 미용에 투자할 시간을 '문화적 자본'으로 갖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하위 계층들은 전분과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하는 고열량 위주의 식사를 하고, 몸을 가꿀 시간은 엄두를 내지 못하니, 신체의 조형에 따라, 경제적 급부가 갈린다는 말은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송준의 fat man이란 작품을 보다가 어찌나 아이디어가 독특하던지요. 지금껏 먹은 밥그릇의 숫자만큼 살이 붙은 돼지의 형상을 통해, 뚱뚱한 비만사회 속 우리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그립니다. 우리가 흔히 세월의 흐름, 나이를 의미할 때, 밥그릇을 들어 설명하곤 하잖아요. 지금까지 먹은 밥그릇이 늘어난다는 건, 꼭 탄수화물의 양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익힌 삶의 결과 지혜 또한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살을 빼는 건 참 쉽지 않네요. 하루에 한끼, 야채와 과일, 약간의 곡류로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절식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량도 많이 늘렸는데 별 소식이 없는 것 같아 약간 화가 나는 군요. 꾸준함이 생명이겠죠. 다음주에는 더욱 야윈 예쁜 얼굴을 만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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