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바나나맛 우유로 만든 헬기조각

패션 큐레이터 2010. 2. 13. 15:00

 

 

김과 현씨

바나나맛 우유 시리즈-비글 2분의 1모형

철골, PET_220×240×240cm_2007

 

S# 왜 바나나 우유로 헬기를 만들었냐면

 

오늘은 독특한 조각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작가 김과 현씨, 신예작가의 작품이다. 작품이 발표된 것은 3년전이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참신하다. 무엇보다 작품 속에 담아내려 했던 현실세계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이 좋다. 먼저 김과 현씨의 설치 작업은 바나나 맛 우유 패키지와 야쿠르트 병으로 만든 군용 헬기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그저 정교하고 손품 팔아 잘 만들었다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노트를 보면 이런 생각의 배후에 얼마나 깊은 생각들이 담겨 있는지 알수 있다. 그는 바나나 우유의 역사에 담긴, 정부와 정부간의 모종의 거래에 착종하고, 우리의 현실이 조작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게 뭔 소리냐고? 그건 바나나 우유에 담긴 뒷 이야기를 이해하면 된다.

  

S#2 바나나 우유를 기억하는 당신들에게

 

바나나 우유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 이름처럼 바나나를 갈아 넣은 건 아니고, 바나나 맛이 나도록 향료를 더한 음료다. 초코파이와 맛동산과 더불어 한국의 스넥3종 세트다. 바나나 우유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4년. 70년대 한국인들은 균형 영양 개념에서 멀찌기 떨어져 있었고, 정부는 현지 우유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향이 첨가된 우유를 시판했다. 물론 당시의 군사정권과 미국과의 문화/산업적인 결탁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소비효과였던 셈이다.

 

아시아인들은 유독 낙농제품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신체상 락토스 성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설사가 잦았던 이유다. 상대적으로 몽고와 인류학적 토대가 비슷한 한국인들은 유전적으로 락토스 성분이 많은 음식에 강했다. 게다가 당시 마치 수류탄처럼 생긴 재미난 용기에 담긴, 노란색 바나나 아유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 목욕탕에 가거나, 고속버스를 타고 긴 시간의 여행을 버텨야 할 때, 엄마는 꼭 이 노오란 바나나 우유를 사주셨다. 되돌아보면 우유 때문만은 아니고, 당시 너무나 귀했던 바나나란 과일에 대한 대체 효과도 있었을 듯 하다.

 

1980년내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진입하면서 바나나 우유의 매출은 점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식료품 환경은 다원화되었고 풍성해졌다. 초코파이 대신에 오예스가 등장하고 우유에도 기능성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IMF를 맞이하면서 바나나 우유의 매출이 다시 올라간건 참 신기한 징후다.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항상 빈티지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다. 구매자들은 과거에 안전하게 먹었던 것, 입었던 것에 대해, 일종의 정신적 안정감을 느낀다. 모든 구매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이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 바로 과거의 경험인데, 이런 관점에서 바나나 우유의 새로운 출발, 재도약을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김과 현씨_바나나맛 우유 시리즈_드로잉_A3_2007

 

김과 현씨의 「바나나 맛 우유」는 ‘바나나 맛 우유’패키지로 만든 헬기와 중장비, 드로잉, 비디오 등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작업이다. 작가는 70년대 군사정권 시절 부터 형성된 우리의 근 현대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이젠 일종의 정신적 틀이 되어버린 일상적 사건의 배후를 살펴본다. 당시 바나나 우유의 인기와 인위적 촉진 속에 담긴, 거대 미국과 한국의 종속적 관계를 발견하고 이를 예술의 오브제로 표현했다.

 

 

 

 김과현씨_바나나맛 우유 탱크_합성수지, 배경합성_190×220×180cm_2009

 

근대화를 위해 미국의 수발을 들 수 밖에 없던 그 시절의 수직적 대외관계를 '일상의 음료'를 통해 말한다. 나아가서 미국과 일본의 애니매이션이나 영화에서 볼수 있는 군사무기의 형태를 빌어, 점점 더 세계가 평평해지고 균질해지는 '문화적 일원화'를 꼬집는다. 일견에 팝아트적인 가벼움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가벼움으로 무거움의 담론과 그 옷을 활짝 벗기는 작가의 상상력은 더없이 아름답다.

 

 

 오늘은 Geo의 세번째 싱글 앨범 중에서 In Tears란 곡을 골랐습니다.

일렉트릭과 피아노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된 곡인데, 참 좋더군요.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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