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영_송이의 행복한 겨울_장지에 채색, 천_53×45cm_2009
작가 이아영의 그림은 항상 유쾌하다. 적어도 난 그렇다.
예전 블로그에서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번째 개인전을 한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면, 그녀가 그린 예쁜 강아지들을 보고, 입맞추고 싶지 않을까?
꽤 오래전 일본산 스피츠와 치와와 두 마리를 키웠었다. 아주 어린 새끼를 맞아 배변훈련 시키고
동물병원 다니며 때되면 주사 맞히고 산책시키고 그렇게 정 주고 들면서 키웠었다. 이 녀석들을 보면 항상
즐거웠다. 이때가 내가 사회초년생 시절이어서 그랬을까? 눈치 보느라 힘들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올때 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초인종을 누르려는 찰라 이미 어디선가 후다닥
달려오는 강아지들의 소리가 들린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미 문 앞에서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바라보는 녀석들.
이아영_내겐 그림의 떡_장지에 채색, 오브제_43×60×17cm_2009
강아지를 키우면서 배우게 된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과정이
개에게 일종의 사회화와 같다는 점. 사람이 누워자는 모습을 보고, 배를 위로 내놓고
대자로 뻣어 자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놀랍다. 야단치면 고개를 떨구고, 갖은 불쌍한 표정을
다 짓고, 그러나 안아주면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눈동자엔 웃음이 가득하다.
예전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전무하던 시절.
처음으로 이 두 녀석을 받아 정성을 다해 키웠다. 밤늦게
까지 독서를 하거나 글을 썼는데, 내 방 책상이 싫어 거실에 나와
불을 켜고 식탁에서 공부를 할 때면, 항상 옆에서 엉덩이를 내 다리에 붙이고
잠이 드는 녀석들을 봐야 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왜 얘들은 항상 주인이랑 잠을 잘 때,
엉덩이를 얼굴에 갖다대려고 하는지 그렇게 하면 심리적 안정이 크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개들도 잠을 잘 때 잠꼬대를 한다는 것과 꿈을 꾸면서 끙끙거리는
거였다. 그걸 보면서 혹시나 안좋은 꿈을 꾸나......하고 옆에 살짝 가서 얼굴을
볼라치면 살짝 졸린눈을 뜨고선 '이건 뭐임?"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아영_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대_장지에 먹, 채색, 실_116×91cm_2009
작가 이야영은 장지에 먹을 갈고 분채를 곱게 갈아 강아지를 그린다.
반려견들의 모습을 어찌나 정교하게 묘사했는지 놀랄 정도다. 정확한 형태감을 표현
하기위해, 개의 부드러운 털의 느낌과 촉촉한 콧등,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언제라도 주인의 애간장을
태울 것 같다. 개의 섬세한 표정 속에 녹아있는 심리상태를 그리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강아지들과 함께 살면서
이상한 모습들도 종종 봤지 싶다. 어느날 비가 오는 날이면 베란다 창 밖을 물끄러미 오랜동안
바라보는 치와와 녀석. 그럴때면 살짝 안아서 '엄마 보구 시퍼쪄?" 그러면 고개를 심히
떨면서 눈에는 약간 눈물까지 맺혀있는 걸 본다. 참 이상했다.
이아영_안녕하세요~_장지에 채색_90×160cm_2010
예전 캐나다에서 MBA 과정을 다니던 시절
소비자 행동론 시간에 주어진 숙제가 바로 일본의 저명한
장난감 회사가 만든 <바우 링구얼>이란 제품을 캐나다에 소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가였다. 바우링구얼은 일본의 완구회사인 다카사사가 동물심리학자
들과 함께 3년간 개의 감정과 소리를 분석, 그 파형에 따른 정보를 입력하여 개의 감정을 목에 달린
화면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전달해준다. 이 장난감은 2002년 당시 타임지가 선정한 괴짜
발명품으로 소개되었고, 꽤나 인기를 얻었던 제품이었다. 무엇보다 개와 같은
동물들과 처음 교류하는 아이들이나,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부여하기
위한 제품이었다고 그 컨셉을 소개했었다.
이아영_엄마가 땅에 떨어진 거 먹지 말랬는데..._장지에 채색, 오브제_53×45cm_2010
하지만 설문지를 돌리면서 그저 들었던 이야기란
'그딴걸 왜 사? 100일만 살아보면 다 알게되는데.....'뭐 이런 거였다.
오래살다 보면 뭘 원하는지, 뭐가 힘든지 왠만한건 다 알게되지 싶다. 물론 수의학자가
쓴 <개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과 같은 기초서적도 탐독하면 좋겠지만 말이다. 사실 오래살면
개에 대해 다 알수 있을거 같아도, 정작 자세히 모른 채 우리들이 생각대로 '개도 이럴거야'라고
몰아부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항상 가이드 북을 빼놓지 않고 읽었고, 모르면 수의사
선생님께 묻고 했다. 그림 속 땅에 떨어진 추파춥스를 보고 고개를 떨군 불독의
표정이 어찌나 처량한지, 한참을 웃었다.
이아영_잡았다-!_장지에 채색, 종이죽_114×80cm_2010
최근 식육견에 대한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로지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좁은 공간에 갖힌 채, 같은 동종의
살고기와 뼈를 먹으며 자라나는 비정의 환경. 그 속에 갖힌 개가 살아남기
위해 야성을 살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동네의 작은 개들을 습격하여 잡아먹는 순간이
포착된 것.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인터넷 공간이 뜨겁다. 이 문제를 가지고 개인적인
논평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생육환경을 조금만 더 보살펴 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양계장의 닭도, Free Ranch 에서 키웠나 혹은 닭장속에 갖혀서 키워졌나
에 따라 달갈값의 고저가 결정되지 않았나 말이다.
오로지 식용을 위해 수십번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이 식육견은 인간의 목적, 욕망을 위해 재조합된 사물이다.
진화를 위한 교배가 아닌, 퇴보를 위한 장난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고.......그래서일까? 난 항상 성경속에서 왜 동물들을 위한 천국은
없는 것인지 약간 화가 난다. 하나님이 이 멋진 개들을 위한 공간을
꼭 지어주시길 그저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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