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우리가 사는 세상-이런 도시에 살고 싶다

패션 큐레이터 2010. 2. 3. 11:30

 

 

임세종_environment-남산_장지에 분채_130×162cm_2009

 

오랜만에 한국화를 소개합니다. 작가 임세종은 '환경'이란

테마를 집요하게 표현합니다. 그가 그린 서울의 도시 풍경은 오랜시간

장지에 색을 갈아 채색한 탓에, 연두빛이 묻어나옵니다. 따스한 촉감의 그림이죠.

결무늬를 그리며 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도 도시란 거대한 캔버스를 그리는 붓이 되지요.

 

 

임세종_environment-강남Ⅱ_장지에 분채_130×162cm_2009

 

독일의 지리학자 라첼은 '환경이 인간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환경결정론을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주체가 되어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연환경에 의해 우리의 정신성이 빚어진다는 것이죠. 그만큼 환경에

노출된 인간의 모습은 사뭇 숙명론적인 성격을 띄게 됩니다.  

 

 

임세종_environment-강남Ⅰ_장지에 분채_91×117cm_2009

 

최근 들어 세종시 문제가 여권 내부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한쪽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화두를

내세우고, 또 한쪽은 비효율이란 이름으로 맞서고 있죠. 중요한 건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서울이란 일종의 문화적 기득권 세력의

행보입니다. 2020년이 되면 서울을 제외한 전 도시의 인구와 자족기능을

합쳐도 서울 하나를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그만큼 거대한 도시가

흘러가기 위해서는 주변부의 혈액을 끌어다 써야 하고

흡수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성장논리입니다.

 

 

임세종_environment-시청_장지에 분채_53×80cm_2009

 

특히나 서울이란 거점을 기득권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이번 세종시 문제는 결국 경제적 급부가 갈리는 문제라

더더욱 예민할 수 밖에요. 우리가 빚어온 환경에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지배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정신성 또한 거대도시 서울이란 담론을

정교화하는데 온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환경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모습은 체념과 숙명으로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임세종_environment_장지에 분채_72.7×91cm_2009

 

짙은 감청색과 회색빛이 감도는 어두운 서울의 뒤켠

둥그스럼한 엄마의 젖가슴같은 달빛은 따스함을 잃어버린채,

건물 벽면위에 걸려있습니다. 끊임없는 재개발과 성장의 목표로 점철된

풍경, 그 속에서 동일한 수준의 노동과 경쟁을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가 임세종은 예술작품 또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자고

생활해온 이 환경의 숙명적인 산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림 속 강남의 풍경 들

동일한 디자인과 형태의 건물들로 빡빡하게 채워진 도시 숲 속 인간이

정형적인 사고와 틀에 박힌 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겠지요.  

 

 

4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