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의 유혹-옷은 어떻게 인간을 구성하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0. 1. 5. 19:10

 

S#1 한예종 강의를 앞두고

 

올 겨울 2개월 동안 한예종 자유예술캠프에서 강의를 위해 참고로 읽고 있는(재독-삼독) 책들입니다. 저는 패션의 심리나 사회적 측면의 관점에  관심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기 어려운 화두지요. 인기를 얻으려면 '2주만에 하체의 저주를 푼다'거나 '내 남자친구 훅 가게 하는 메이크업 시크릿' '엣지잇게 스카프 매는 법' 이런 글을 써야 할텐데. 실제로 이런 글이 다음 뷰에는 메인에 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Daum View 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잡지가 되었더군요. 그래서인지 시사분야의 글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여성의 탈 정치성, 그저 몸이나 개조하고 미용이나 관심갖고, 그저 사랑이 전부고, 연예계 뒷 이야기에 매혹되도록 조율하는 건, 1800년대 말 패션잡지가 여성독자들을 사로잡으려 만들었던 논리였습니다. 지금도 그것이 통한다는 것 뿐이지요.

 

작년 한해의 테마를 '일상적 소재'로 삼았다지만, 제가 보기엔, 촛불 이후로 정치적 압력에 다음이란 회사가 굴복한 것이라는 평 밖에는 내릴 수 없어 아쉽습니다. 아무리 일상이 대세라고 해도, 시사가 있고 패션도 있고, 육아도 있는 겁니다. 그래야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이고 DAUM이란 말 회사명처럼 多音(다양한 음이 합쳐 조화를 이룸)이라는 철학을 이루는 것이겠죠.

 

복식사회심리나 비평능력을 디자이너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외국에 비해, 유독 왜 이 나라에선 그저 패션하면 '스모키 화장이 뜨고''호피가 뜨고' '영화배우 누가 보톡스를 맞았나'가 그리도 중요한 건지. 물론 외국도 이런 문제로 조회수가 올라가지만, 정작 일상의 면모에선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립되어 있는 사회라는 점. 그것이 우리와의 차이겠지요. 그만큼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는 사회란 점이 될테니까요. 툭하면 '스타일리쉬'니 '쉬크'니 하면서 정작 말의 의미는 모릅니다. 스타일이란 개념이 얼마나 사회/정치/경제적으로 돌올하게 말려있는 개념인지에 대해선 생각을 할 여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정말 옷을 뒤집어 쓰고, 현실을 보지 않기 위해 도피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패션의 유혹>은 복식사가이자 패션 이론가인 조안 핀켈슈타인의 저서입니다. 그나마 패션이론 책이 전무한 한국에 이 책이 번역되어 어찌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수업의 많은 틀도 이곳에서 빌려온 것이 될테니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패션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기에, 제도로서의 패션을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해볼 만 합니다. 백화점의 탄생이 여성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의 부분은 놀랍습니다. 여성의 도벽이 시작된 최초의 장소였으니까요.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은 얇은 책입니다. 87페이지짜리 얇은 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식민지 시대, 소비시대의 탄생을 알렸던 우리들의 모습을 신문기사와 문헌들을 통해 타전하고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습니다. 이 당시 여자들도 꽃남을 좋아했다는 사실......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욕망의 사물-디자인의 사회사>는 전체를 읽으셔도 좋고, 옷과 가구를 떼어낸 부분을 읽어도 좋습니다. 재봉틀의 발명이 가져온 변화를 수업시간에 이야기 할텐데요. 이렇게 디자인을 통한 사회의 변화와 역동성을 이해하는데 참 좋은 책입니다. 디자인이란 것이 그저 예쁜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부단하게 문제를 푸는 과정의 결과임을 배울 수 있는 책이지요.

 

일본의 소설가 다니자키 주니치로가 쓴 <세설>은 일본판 <오만과 편견>입니다. 풍속소설입니다. 그저 일본소설하면 요시모토 바나나류의 글만 읽으셨던 분이라면, 역사와 풍속, 당시 우아한 여성문화의 섬세하고 유려한 측면들을 문학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색다른 책입니다. 이 책에는 기모노에 대한 기가막힌 묘사들이 나옵니다. 이 책을 숙제로 내줄 생각입니다.

 

<짐멜의 모너티니 읽기>는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저술 모음집입니다. 다 읽으셔도 좋지만 글 중에서 <유행과 장신구의 심리학> 부분은 한번 읽고 오시면 좋습니다. 저는 강의 과정 별 텍스트나 읽어야 할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올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진행되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숙제도 너무 텍스트 위주 보다는 영화 속 패션도 연구해보고, 문학 속 패션의 묘사 같은 걸 그냥 적어서 내보기도 하고 그럴겁니다. 그게 패션을 역동적으로 통섭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방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패션은 즐거워야 합니다. 눈이 행복해야 하고, 따라쟁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그걸 담아내는 강의도 그래야 겠지요. 너무 심각하게 열공만 할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세요. 책상 밀어넣고 패션쇼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패션에대한 생각을 각자 일어나서 발표도 해보고, 여자/남자 분들 패션 코디도 '튜닝'이란 이름으로 해볼겁니다.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강의를 3일 앞두고 강의 준비에 여념없는 하루입니다. 퇴근 후 본격적으로 또 파워포인트를 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90여명 정도 되는 학생들과 올 겨울은 뜨겁게 보내려 합니다. 다른 강사들처럼 학생들을 위해 평일에 강의날을 잡아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본업을 버리지 못한 터라, 이런 점이 항상 미안합니다. 남학생들도 많이 듣는 거 같아서 힘이 납니다. 한국사회에서 흔히 패션이란 개념을 유독 여성의 독점상황으로 모는 것. 그런 정신성이 굳어져 있는 것이 싫습니다. 스타일이란 남성/여성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의 전략이고, 평생에 걸쳐 영혼의 지문을 찍듯, 나 스스로 개발하고 발견하며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패션이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자르고 조형해왔는지, 시대에 따라 변해온 실루엣에는 어떤 정치적 관점들이 들어 있는지 다양한 생각들을 이번 강의를 통해서 펼쳐볼 생각입니다. 항상 기업강의나 미술관 강의를 주로 다녀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주로 만났었는데, 이번엔 아주 참신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 같아서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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