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규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대리석, 2009년
일방통행이 시대의 준칙이 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Modus Vivendi와 Modus Operandi란 말이 있습니다. 각각 <생활양식><운영방식>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 모두스 비벤디는 분쟁해결을 위한 당사자 간 체결되는 협정이란 뜻입니다. 잠정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형식과 비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협정입니다. 우리들의 삶과 양식은 처음부터 명확하고 상세하게 규율된 체계는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Modus Operandi에 의해 통치가능하고, 상호비준하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겠죠.
한창규의 조각작품을 봤습니다. 올해 경향미술대전에서 조각부분 수상작인데요. 한국사회가 점점 더 광기어린 사회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과 정치 사이엔 대화가 단절되고, 일방통행에 의한 사회적 굴삭작업만이 판칩니다. 사회 각 주체들이 현 정권의 특성을 그대로 복사하는 걸 볼때마다, 두렵습니다. 정치공학이 소수 정치인의 권력욕과 그 지속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시대. 그런 사회에선 우리 모두가 기계인이 될 뿐입니다. 로봇 태권브이를 선지자처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로봇같은 우리가 있을 뿐이죠. 자유로운 정치적 결사를 꿈꾸는 해방된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지구를 지키는 로봇 태권브이가 아니라, 사회적 승진(Social Mobility)를 포기한 채, 위에서 던져진 먹이를 먹기 위해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계일 뿐입니다. 4대강의 수질을 감시한다는 로봇 물고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지 싶네요.
독재권력 아래, 신음하는 로봇만이 판치는 세상. 이것이 한창규가 조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로봇'이 된 우리의 모습일까 두렵습니다. 이런 생의 운명이 모두스 비벤디가 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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