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당신의 손은 어디에 있습니까?

패션 큐레이터 2009. 11. 14. 01:07

 

 

정경연_어울림08-2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6×130.3cm_2008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이번주는 부산한 시간으로 가득 채운 한 주였습니다. 최고경영자 포럼과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강의를 했고 한예종 자유예술학교의 강의안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밝혔듯, 내년 초까지 써야할 3권의 책 때문에 많은 시간을 블로그에 할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황 정도를 전하거나 일주일에 한번, 적어도 오늘같이 금요일을 넘어선 밤 시간에 글을 쓰는 정도가 전부일 듯 합니다. 상황설명없이 블로그를 비공개로 돌려 놓았다가 많은 분들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송구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하지만 좋은 책으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올 겨울은 저를 더욱 벼리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은 패션이란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이 많이 부족한 사회입니다. 단순하게 복식사 연구를 넘어 패션이론이 정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회이지요. 비전공자인 제가, 작업을 위해서 해야할 것이 많다는 걸 배우는 요즘입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로 많은 사랑을 얻었지만 그 책의 내용조차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속에 있음을 압니다. 더욱 좋은 내용으로 증보되어야 하고 지금의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저를 쳐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개월동안 슬럼프에 빠져 인식의 바닥을 헤매었는데, 이제서야 바닥이 보입니다.

 

오늘은 정경연 작가의 <어울림> 연작중 한편을 골라 올려놓습니다. 그녀는 항상 장갑을 오브제로 삼아 생을 재해석하고 바라봅니다. 그녀의 작업은 평면과 입체, 강렬한 색채와 흑백, 형상과 비형상을 넘나들면서 ‘장갑’에서 ‘손’으로, ‘손’에서 인간의 단상으로, 대중과 구원, 염원, 화합, 평화, 소통, 희망, 평등, 관조 등의 다양한 언어로 변환해 왔습니다. 불가의 인연은 이러한 다의적 작업내용과 함께 무색계열의 절제, 강렬한 색채와 조형적 요소를 넘나들며 장갑이란 패션 오브제를 통해, 세상을 향한 손짓의 의미를 알려주었죠. 제 손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불가의 천수관음상은 못되더라도, 남우새스런 글쓰기나마 함으로써 세상에 진 빚을 갚고 싶습니다. 정말 멋진 책으로 인사드릴게요. 누군가가 간절히 그립고 보고싶을 땐, 이곳에 글을 남기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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