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하여튼 요즘 것들은-미술 속 '불량소녀'들

패션 큐레이터 2009. 12. 21. 03:26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페트로프

<기숙학교> 1872년 캔버스에 유채, 62.3*81cm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영화 <애자>를 봤습니다. 엄마 역의 김영애, 애자 역의 최강희 씨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데요. 괜히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라는 생각. 단 연기가 제게는 조금은 과장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만, 신파를 하려면 '이 정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영화 보면서 아프신 엄마 생각도 나고 그랬죠. 영화 속 애자는 한 마디로 불량소녀입니다. 부산에서 글좀 쓴답시고 담배를 꼬나문 채, 학교생활에 임하는 그녀. 물론 시집은 갈 생각도 없고, 그저 글 하나 써서 빤쓰 하나 사본적 없는 빚투성이의 불량딸입니다.

 

러시아의 화가 페트로프의 그림 속 <기숙학교>에는 바로 당대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던 여학생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여학교 생도들은 '세련되고 고상한' 문화적 최상층 교육을 받습니다. 그만큼 특권계층이기도 했죠. 사회교육과 혁신을 부르짖던 세력에게, 이 여학교는 낮은 교육 성취도와 엄격한 교육체계가 오히려, 여성들의 삶을 버린다고 갖은 비난을 받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림 속 소녀들은 사감이나 감독관이 무섭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담배를 피우는 쾌락이, 벌의 현실보다 더 달콤했던 걸까요?

 

중3 조카 녀석을 보면, 말끝마다 '학주(학생주임의 준말)'니 뭐니 학생들의 은어가 조금씩 나옵니다. 그럴때 마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주저리 주저리' 충고를 늘어놓습니다. 저도 모르게 '요즘 애들은 왜 그래'란 말을 내뱉고 맙니다. 가장 싫어하는 말이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라고 블로그에 써놓았던 제가 이러고 있습니다. 사회심리학 저널을 보니, 미국에서도 이 표현에 대해, 실험을 했더군요. 그 결과는 '우리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똑같았다'라는 결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이 사라지지 않는 건,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님이 현재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하기에 그렇답니다. 그만큼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고등학교때의 자신도 그랬을거라고 생각하게 된다네요. 뒤집어 보면 그만큼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란 말을 하시는 분은, 결국 현재 자신의 삶과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타협점은 나오게 되겠죠.

 

아이들에게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란 말을 너무나 하고 싶은 여러분. 그 심리의 배후엔 현재의 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성장했다는 뜻이담겨 있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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