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뭉클함에 관하여-해시계의 원리를 이용한 독특한 작품

패션 큐레이터 2009. 10. 4. 17:55

 

 

베를린에 가 있는 금딸 아라가 보낸 전시회 사진을 싣습니다. 현재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데, 미술을 좋아하다보니(제 영향이 적지 않죠) 전시회와 미술관을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딸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 폴더는 베를린에서 취재한 전시내용을 중심으로 채워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제부터 베를린 미술특파원 고아라의 전시장 프리즘 시작합니다.

 

 

힘든 일들이 많았더군요. 편지를 보니 유독 유럽체류기간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예전 뉴욕에 가 있을 때는 전화 한통 없더니 (-.,-;;) 독일가서는 180도 바뀌었군요. 그만큼 사는 게 만만치 않은 게죠. 개한테 물리기도 하고(유럽은 종종 이런일이 있더군요) 갑자기 치아가 부러지고 자기 방만 정전이 되고, 아파 누워있다가 뮌헨에 가는 버스를 놓치기도 했다는데, 이 녀석 고생을 단단히 하고 있군요. 원래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그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는 법입니다. 어제는 한국학생들의 연합전시회에 다녀왔다네요.

 

 

아라를 독일에 보내면서, 당부했던 것이 현대미술을 주력해서 볼 것과 대형기획전시들 참관하고 도록 챙겨놓을 것, 신인 아티스트들과 교제하면서 그 사이에서 평이 좋은 작가들을 꼭 알아둘 것. 이렇게 몇 가지 숙제를 냈었죠. 잘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중요한 건, 한국작가들 후보생도좋지만, 현지 독일 아티스트들과 네트웍을 갖는 것도 중요하니까 열심히 뛰어보라고 알려주었죠. 기대를 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Das unübersetzbare 뭉클함이란 전시 제목이 끌립니다. 미술을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이 모여서 연합 전시를 열었네요. 그 중에서 몇 가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찾아봅니다.

 

박미옥씨의 시계조형 작업은 그 발상과정이 독특합니다. 작품 제목이 '우림(urim)'입니다. 우림은 원래 히브리어로 '빛'을 의미하죠. 원래 성경을 보면, 제사장의 복식 중에 흉패(가슴패)에 넣고 다닌 것이 바로 우림과 둠밈이란 것입니다. 빛과 완전함이란 뜻이죠. 시간과 빛, 완전함은 계열체로서 서로에게 묶여 있습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기계적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 유기적인 의미를 산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뜻도 있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시계판형의 끝단에는 연관성이 없는 사물들이 박혀 있습니다. 이 위로 빛이 쏟아지면 사물의 그림자가 혼융되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시계 위 속 숫자처럼 보이는 것이죠. 해시계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해 시계는 빛을 매개로 하여 시간을 표시하죠. 가장 큰 차이는 시계손이 달린 중심부의 작은 소형 LED가 형태를 비추며 만들어낸 다는 것 일겁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빛의 각도는 변화합니다. 빛의 각도는 사물간의 그림자의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분과 시의 구분을 위해 분침의 빛은 청색으로 시침의 색은 백색으로 조형해놓았습니다.

 

 

베를린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이 모여 기획한 전시회지만,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 참석해서 오프닝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역시 아라는 어느곳에 갖다 놓아도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미션 수행을 잘하리라 기대합니다.

 

 

김민송과 박미옥씨의 작업인데 간결함이 눈에 들어오네요. 일상의 기능적인 소품, 사물과의 친숙함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군요. 일종의 데페이즈망 작업같아 보입니다. 일상적인 기계 부품을 재구성함으로써 독립적인 존재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죠. 데페이즈망과 콜라주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항상 삶과 이 부분을 연결시켜 설명합니다.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 익숙한 것들, 습관의 체계와 먹고 마시고 쉬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이런 것들의 과정을 추적하고 하나하나 해체해서 따로 맥락을 다른 곳에 놓아볼 일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런 관점이 인생에 필요하다는 겁니다. 새로움이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진부함을 깨뜨리고, 조합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김지영이란 작가의 옷작업이군요. 옷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해체해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번 전시는 학생들 전시인데다, 개념적인 성향이 강해서, 소개하기가 쉽질 않네요. 오늘도 아라와 통화를 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베를린의 4대 미술관에서 주요 전시들을 하게 될테니, 블럭버스터 전시들 중심으로 소개를 해보자고 했죠. 이외에도 패션과 축제 등 다양한 내용들을 찾아서 취재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뭉클함에 관하여......란 전시제목이 눈에 자꾸 들어오네요. 생을 살아가며 새로운 것을 보는 것, 경험하는 것, 맛보고 즐기는 일, 이 모든 환희의 뭉클함은, 떨어져 있음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되나 봅니다. 아라가 벌써부터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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