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영_기말시험이 끝나고_한지에 수묵채색_200×300cm_2009
대학원 시절, 시험때면 도서관에서 24시간 밤을 지새워도 공부가 쉽지 않았습니다. 맨날 외워도 잊기 일쑤인 제게, 시험시즌 나타나는 특별한 암기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던 것인지. 이 능력이 왜 시험때가 아닌 일상에선 발휘가 안되는 건지 궁금했지요. 이런 암기력이면 내 로망인 불어를 1년 안에 정복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험이란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수업시간 교수가 재차 반복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고, 생각지 않은 단서를 살짝 던져주는 상황과 교습자의 목소리, 이 모든 걸 기록하고 대비해야 하니까요. 저는 항상 시험공부를 대비해 노트필기를 할때, 두 권을 병기했습니다. 한권은 수업위주로, 또 한권은 책에 없는 내용을 정리해서 만들었죠. 수업 내용 이상의 것을 꼭 공부하고 집어넣어야 속이 풀렸던 제겐 이 습관은 여전합니다. 작가 민재영의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도시 군상을 건물 옥상에서 사들을 바라보듯, 관조적인 거리에서 사람들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도시적 삶의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텔레비전 속 주사선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가로선의 감옥 속에 갖혀 있습니다. 화면 전체를 가득메우는 가로선에서 답답함이 우러나옵니다. 화면을 주도하는 가로선의 이미지에서 불안함과 떨림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그림 속 아이들을 둘러싼 무늬의 긴장감이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심정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험보기 싫으면 대리를 부르면 됩니다. 어제 헌법재판소 판정으로 인해, 대리는 불법이지만, 시험결과는 유효한 멋진 세상이 펼쳐집니다. 저도 준비하는 시험이 하나 있는데, 대리시키려구요. 시험결과는 어차피 유효하니까, 자격증은 받을수 있는대다, 불법이긴 해도, 아무런 법적 제재도 없답니다. 과목당 얼마 이렇게 고객과 상담하고 시험장에가는 신종 아르바이트도 나올 거 같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 아이들에게 펼쳐지고 있군요. 그래.....이제 우리에겐 아무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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