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그래 나 멍충이다 어쩔래?

패션 큐레이터 2009. 10. 22. 14:56

 

 

주대희_멍충이들~!_지본수묵_162×120cm_2008

 

세피아빛깔로 변한 유년앨범을 문득 찾아봅니다. 보라색 니트에 털장식 부츠, 7대3 가리마를 하고 웃고 있는 꼬마아이가 보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 난 얼마나 변했을까요? 자문을 해봅니다. 요즘 운동하는 즐거움을 붙여보려 노력중입니다. 지난 8개월동안 생의 리듬이 많이 깨졌고, 게을러졌습니다. 그 결과는 몸이 너무 불었고, 감각까지 둔해진 느낌입니다. 어제 한강변을 따라 걸어오면서『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출판을 앞두던 그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멋지게 써서, 생의 반전을 모색하고 싶었던 그때로 말이죠.

 

글을 쓰는 것이 녹록치 않은 작업이구나라는 걸, 두 권의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안도현의「양철지붕에 대해서」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제가 글을 쓰는 행위, 책을 만드는 일, 이 모든 걸 뒤집어 보면 얼마나 많은 실밥들이 보일까요? 땅과 맞닿은 표면의 강도를 지키기 위해, 내면은 더욱 많은 실타래가 엉키는 것일 터인데. 자연스레 용기내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힘을 내겠습니다. 일어서야죠. 유년의 뜰앞에 서서 환하게 웃고 싶습니다. 삶은 그렇게 지속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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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희 작가가 그린 '멍충이들'어떠세요? 올해 찾아낸 수묵작가 중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어린시절 해맑게 웃다 못해, 멍충이같이 보이는 표정의 꼬마. 그 속에서 삶의 지속성을 생각하며 달려가야죠. 이현욱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Life goes on. 가사가 참 좋네요. 오후의 시간 힘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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