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읽기수업이 필요하다-나는 난독증 환자(?)

패션 큐레이터 2009. 10. 11. 12:38

 

 

폴 시냑(프랑스, 1826-1904)

'읽기 수업' 패널에 유채, 개인소장

 

프랑스의 신인상주의 화가 폴 시냑이 말년에 그린 따뜻한 그림 한장을 올려놓습니다. 빛에 대한 이해를 점묘로 해석하며, 당대의 광학기술을 회화적으로 접근했던 화가의 그림 속엔 시골 아이들이 자기가 읽어야 책의 부분을 돌아가며 읽고 있네요.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급이 한정된 시절, 책은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종교개혁을 위해 루터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한 것도 독일어로 성서를 번역하는 일이었죠.

 

기술발전에 의한 새로운 지시문을 읽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동일한 글에도 해석의 차이로 갖은 입장이 생겨나고, 서로를 가리켜 글을 '오독'했다고 비난합니다. 여기에 감정이 섞이면 '넌 난독증이다'란 비난도 서슴지 않죠. 인터넷 공간의 토론댓글을 보면 이런 사례가 자주 발견됩니다.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내 말과 해석만이 옳고, 정당하다고 우기는 순간, 우리 모두 난독증에 빠집니다. 화엄경을 보면 "물은 물고기에게 있어 집이고 하늘에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며, 인간에겐 마시는 물일 뿐" 이란 글이 있습니다. 절대적 실체를 만드는 이념과 생각이 '서로를 비춘다는 연기설'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투쟁이 된다는 것이죠. 정규교육과정을 다 마친 지금도, 어떤 면에서, 누군가에게 난독증 환자가 된 적은 없는지 살펴보고 싶네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요? 오늘은 편하게 책이나 읽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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