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나는 섹스보다 포옹이 좋다

패션 큐레이터 2009. 10. 15. 23:54

 

 

김윤섭_섹스보다 좋은 포옹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09

 

오늘 한가람 미술관에서 사라문 패션사진전의 도슨트를 했다. 저녁 7시에 특별 도슨트라 과연 몇명이나 오겠어?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40명가까운 인원이 설명을 듣는다. 많은 인원을 상대하게 된 터라, 사진을 제대로 설명은 한 것인지, 무엇보다 패션사진의 발흥과 그녀의 사진 속에 드러난 옷의 패턴과 조형성이 사진을 통해 어떤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지 설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다소 표현주의 회화같은 사라문의 작품을 얼마나 잘 소개했는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뭐.....후회없이 말했던 거 같다.

 

난 그림 앞에 서면 행복하다. 지난 날들의 우울을 떨쳐버린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바로 '우연'이다. '우리가 받은 이 생도 아주 우연한 음악'이라는 시인 유하의 글로 설명을 시작했다. 전람회의 그림과 사람들, 그들과 나는 우연이 되어 만나지만, 설명을 통해 사람들을 껴안아준다. 내겐 그림을 설명하는 일이 섹스보다 좋은 포옹이다. 강렬한 가을의 늦은 햇살아래,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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