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달빛아래 혼자 노는 방법

패션 큐레이터 2009. 9. 24. 01:11

 

 

김다영_달빛아래 혼자 놀기_혼합재료_50×30×30cm_2008

 

돌아오는 길, 한적한 가을 기운 아래 걷고 싶어 강가를 따라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비정성시의 도시에 추일의 낮설음은 밤이 되자 더욱 깊어집니다. 강가를 따라 즐비하게 서 있는 아파트들은 은폐된 문을 꼬옥 잠군 채, 내부의 상한 빛깔만을 토합니다.

 

  쓸쓸함이 적막감과 더해가며, 내면에선 왠지모를 응어리가 미열이 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무슨이유일까요? 강물의 흘러감을 바라보다, 멀리 다리 너머 비치는 달빛 아래 혼자 걷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작가 김다영의 작품은 전구나 수조같이 밀폐된 공간 속에 아톰이나 피노키오와 같은 만화 속 캐릭터를 설치합니다. 현실에선 텅 비어 있어야 할 그 공간에 작가는 비실재적인 존재를 위치시키고 그들과 함께 숨쉬며 놀지요.

 

  쓸쓸할수록 귀가 예민해집니다. 달빛 아래, 아무리 밝다해도, 내 주변은 어둡고 이때는 시각보다는 청각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지요. 귀를 기울이면 지리한 낮시간의 인디언 햇살아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나의 내면으로 듣기를 통해 파고들수록 내가 지금까지 본 사물들은 더욱 몸을 쉽게 엽니다...... 달빛 아래 앉아있는 날엔 귀를 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미처 놓쳤던 소중한 것들이 청음의 그물에 걸리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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