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퀼러 오차드슨
<아기 돌보기> 캔버스에 유채, 108*166cm, 1886년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소장
토요일 오전이 되면 아동센터에서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는 일을 자원봉사하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부터 시작하게 된 홀트아동복지회와의 인연은 제 몸속에 일종의 아기밝힘증 유전자를 새겨놓았지요. 지금은 다른 단체에서 봉사를 하고 있지만, 그때부터 아기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죄로, 특히 유아들을 맡아 포대기에 업고 달래는데 달인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군대세월을 빼면 거짓말처럼 16년이 되더군요.
개그 콘서트의 달인처럼 저도 "16년간 아이들을 돌봐오신 아기 돌보기의 달인 까꿍 김홍기 선생'이 되는 셈입니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전시회장으로 향하며 예전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에서 본 이 그림을 꼭 포스팅하고 싶더라구요. 작가는 19세기 중반부터 초상화와 역사화로 유명세를 떨진 윌리엄 퀼러 오차드슨입니다. 화가가 결혼을 한건 39세. 당시 스무살이나 어린 아내 엘렌목슨과의 결혼은 화가에겐 최고의 전성기이자, 꿀물같은 사랑의 기억에 묻혀 살때지요. 오늘 보시는 아기 돌보기는 아내인 엘렌이 딸을 해산한 후 첫돌이 지난 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때는 초여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황금빛 소파에 눕혀놓은 딸의 눈동자가, 엄마가 더위를 식혀주려 부치는 부채의 동선을 따라, 또그르르르 움직입니다. 아기의 눈망울이 움직이는 소리가 파삭거리는 실크베게 위에서 들리는 것만 같은데요. 아카데미 출신의 화가답지 않게, 그의 그림 속 따스한 기운과 밝은 색채가 보는 저에게도 힘을 주네요. 이번 일요일엔 비가 내린다죠. 집에서 아이들과 잼나게 놀아주시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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