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비누거품을 불다가

패션 큐레이터 2009. 9. 28. 11:11

 

 

 찰스 조슈야 채플린

<비누방울 불기> 캔버스에 유채, 29.2 x 23.5 cm, 개인소장

 

월요일 오전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우리의 몸엔 우주적 삶의 리듬이 각인되어 있기에, 한주를 살기 위한 구체적인 각론과 방법을 정리하는 날. 회사에선 매출계획을 세우고, 기획내용을 정리하는 등 가장 부산하게 보낼 수 밖에 없지요. 이 날 하루의 기획력에 일주일이 달렸으니까요. 회의를 마치고 바람이나 쐴겸 잠깐 밖으로 나갔습니다. 촉촉하게 젖었던 땅이 살짝 가을바람과 함께 하얗게 건조되어갑니다. 근처 유치원 아이들인 모양인데,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한편으로는  요즘도 이런 구식 놀이를 하나......하면서도 사실 어린시절 비누거품 하나만 있어도 오후 내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화가 찰스 조슈야 채플린은 19세기 중반의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판화가입니다. 여성들을 위한 예술 클래스를 자주 열어서 여성들에게 그림과 예술을 가르치는 기회를 열어주었던 착한 작가였지요. 비누거품을 만지면서 배우는 것은 그 영롱함의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햇살속에 투과된 거품의 표면은 아름답지만, 그 시간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것. 행여 지금 타인보다 좀 잘 나간다고, 혹은 물질적으로 성공했다고, 교만해선 안되는 이유입니다. 모든 것은 거품처럼 명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은건.......거품은 명멸하지만, 스트로우랑 비눗물만 있으면 계속 불수 있다는 거겠죠. 꿈도 그럴거에요. 상처받고 무너지기 쉬워도 언제든, 다시 불수 있고 도전해 볼수 있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힘내자구요. 요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은 신문지상에 떠돌지만 정작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생이 척박해졌습니다. 책임 공방을 하기도 지쳐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고, 그 삶이 저 비누거품처럼 약해보일지라도, 언제든 다시 불수 있다는 것, 작은 믿음 견지하고 나가는 한주 되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한주를 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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