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포푸리향을 맡다가

패션 큐레이터 2009. 9. 18. 08:25

 

 

에드윈 오스틴 애비 <포푸리를 말리며>

캔버스에 유채, 89*152.2cm, 개인소장, 1899년

 

영국화가 에드위 오스틴 애비가 그린 <포푸리를 말리며>란

그림을 보다 문득 며칠 전 후배가 퀘퀘한 노총각 방에 걸어두면 좋을 거라며 사준

포푸리 생각이 났습니다. 포푸리는 혼합물이 썩으면서 냄새를 내는 방향성(芳香性) 향료 과일

꽃잎의 액체 혼합물을 담아놓는 구멍 뚫린 뚜껑이 있는 장식용 도자기 그릇을 말합니다.

10월이 가까와 오는 지금, 연보라빛의 라벤더 향이 가득합니다. 성인이 되면서

저는 다양한 향수를 썼습니다. 겐조에서 장 폴 골티에까지 제 자신의

향을 조향하는 일을 향수에게 일임한 것이지요.

 

포푸리를 말간 가을 햇살에 말리면, 습한 상처의 기운들이

햇살과 미풍 아래 빠지며, 그 안에 감추어져있던 강한 향들이 부식되어

드러납니다. 인간의 향도 그렇습니다. 상처없는 과일치고 당도가 좋은 과일이 없듯

내면의 상처를 잘 만치고 어우른, 그렇게 생의 여정을 하나하나 밟아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생의 향기는 강력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향기를 갖고 살아가고 있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수많은 계절을 지고 피어온 꽃 중에 고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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