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행복한 그림편지

당신의 선택이 궁금하다......

패션 큐레이터 2009. 9. 16. 22:01

 

 

 

조지 던랍 레슬리 <마법사의 정원에서> 

캔버스에 유채, 110*80.7cm, 1904년, 크라이스트쳐지 아트 갤러리 소장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지내는 1년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새벽이면 발레학교를 다녔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온 몸을 찟고 감정의 표피에 눌어붙은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주말이면 들렀던 곳이 브라이튼 해변에 전면 유리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도서관과 아트 갤러리입니다. 오늘 그림도 그곳에서 본 작품이지요.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인 조지 던랍 레슬리의 그림입니다. 1850년대 유행하던 화풍을 따라 그렸습니다. 자연에 충실하면서 로맨틱한 과거의 향기를 드러내는 그림이죠.

 

그림 속 붉은색 고혹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관람객에게 "나 어떻해 할까"라고 질문하듯, 시선이 앞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르는 물길을 따라, 그녀는 고심합니다. 그녀의 세계는 도덕의 세계이고, 뒤편에 검은 옷을 입은 마법사의 땅은 악의 세계입니다. 과연 악의 세계일까요? 그곳은 찬찬히 살펴보면 생명과 삶이 숨쉬는 여름입니다. 그림 속 그녀가 있는 곳은 겨울이지요. 그곳을 탈출하면 좋으련만 그곳을 떠나면 처녀성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그녀는 두렵습니다.

 

처녀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상징이 널려 있습니다. 붉은 옷과 떨어진 낙엽, 잘려진 수초 이런 것들이 당시의 관람객에게 처녀성의 상실을 상징하는 일종의 은유였다고 하죠. 여러분은 고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겨울을 지내실건가요 아님, 과감하게 마법사의 정원을 나가 여름의 환희를 맞이하실건가요? 단 순결은 포기해야겠죠. 그림에 따르면 말입니다......여러분의 선택이 궁금하군요. 하긴 그림 속 주제가 너무 촌티나는 거 같은데요?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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