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변희재, 내 글엔 주어가 없다(?)

패션 큐레이터 2009. 8. 19. 14:29


<배우 박중훈(왼쪽)과 변희재> 

 

 

배우 김민선씨의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진영과 박중훈이 반박문을 내고, 여기에 변희재가 다시 재반박을 올리며 가일층 논의를 달구고 있다. 이번 변희재의 재반박을 읽다가 코웃음이 나왔다. 아니 가슴이 먹먹한 건, 적어도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이가, 주술관계 조차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변희재는 "박중훈, 김민선, 정진영 등이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의 사회과학서, 인문과학서 책을 읽고, 매일 신문과 잡지의 글을 최소 3시간 이상 읽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도 주마다 서너 편씩 읽어라" 라고 반박한다.

 

배우에게 독서는 매우 필수적인 행위다. 연기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도 독서는 필수적이다. 성격화 작업과 극의  이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 미안하게도 변희재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연예인으로 통칭되는 사람들은 지적 독서행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식의 자신의 고정관념만 나열하고 있다. 이런식의 고정관념(Stereotyping)에 빠지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변희재는 지적 수준을 운운하기 전에, 열린 지성과 수평성에 대한 이해부터 깊게 하길 바란다.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당신은 한달에 얼마만큼의 독서를 하는가? 지식인으로써 자신이 스스로 나열한 광범위한 독서행위를 일기의 형식이나 블로그를 통해 나눌 생각은 없는가? 어차피 당신은 일기장에서 써야할 내용들을 기고란 형식으로 올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유창선 박사의 박중훈 옹호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반박한다. "내가 '영화인들은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주장한 적 있던가? 라고. 정진영과 박중훈, 김민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지적 능력을 운운하며 갖은 비방을 늘어놓다가, 그런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물론 그의 첫번째 글엔 "영화인들이 지적수준이 떨어진다"라고 쓰여있진 않다.

 

하지만 글이란 전체적 맥락을 통해 해석하는 것이고, 해당 당사자가 연기자로서 영화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라는 것을, 독자가 상정하고 글을 읽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에 대한 지적수준을 논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건, "제 말엔 주어가 없습니다"라고 떠든 어느 국회의원과 동일한 논리라고 볼수 밖에 없다. 지적수준이 높다는 자신이 쓴 책을 객관적으로 비평해 볼 생각은 없나? 스타 인터뷰도 못 따내서 그저 신문기사나 조합해 리뷰를 쓰고, 툭하면 경제 오단체장 중 하나로 실크로드 포럼을 키우겠다고 공언하는 변희재씨.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제와 경영학 공부를 했나? 본인이 CEO라면 회사의 청사진을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기업이 뛰어든 업종과 산업의 역학구도와 본 그림은 그리고 있을거라고 예상해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크로드 포럼은 본인이 연예인들에게 주장한 "그 어떤 백서나 연구서, 혹은 리포트"도 못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일주일에 2-3권의 사회과학과 인문학 책을 읽은 결과로 나온 책이 아래의 책이란 말인가? 책을 쓴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가 경험 및 체험한 것, 읽고 사유한 것들의 총체가 아닌가 말이다. 그가 주장하는 코리아 실크세대 혁명은, 실키한 빛을 잃고 사막에서 길을 헤맨다. 386 세대에 대한 냉혹한 비평엔 대안이 부재했으며, 대안이란 동아시아 결합론 정도가 전부다. 그 결과 출판 시장에서 차가운 수준을 넘어 냉소를 향해 가고 있다. 책의 판매지수가 모든 걸 말해준다. 아마 이렇게 글을 쓰면 변희재씨는 "책의 철학적 깊이를 경제논리로 재단하지 마라"며 주장할지 모르겠다. 미디어법 관련해서 변희재가 일관한 주장은 '친시장적 논리'였다는 걸 기억하기에 이렇게 첨언해둔다.

                                                       

 

 

그는 재미있는 자기 고백까지 한다. 김민선의 발언 중 "미국인도 피하는 광우병 쇠고기" "LA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란 논평을 개인의 의견이 아니 사실의 적시라고 주장한다. 이제서야 그는 광우병 쇠고기의 악영향과 당시 미국 사회에서 도륙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위생과 검역조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조치를 취했는지, 입으로 시인한거다. 사실 적시라고 밝혔으니 그도 그녀의 논평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에이미트란 수입업체의 쇠고기 디마케팅 상황과 김민선의 발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밝혀보라. 단 확증된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소비자 전체의 후생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소비주체의 권리적 측면을 읽지 못한 탓이다.

 

"김민선처럼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의 위협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충고해주는 것"이라며 법적 소송을 운운하며, "트위터 대신 정식으로 기고하라는" 변희재씨. 빅뉴스를 빼곤 자신의 이름으로 기고 조차 못하는 현재를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종이언론에 기고하는 것 보다, 트위터가 블로그가 상호소통성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을 모르는가? 종이지면은 글이 나가면 다시 수정할수도 논의를 개진할수도 없다는 것. 그만큼 폐쇄적인 매체다. 소통의 논리에 접근한 사람은 변희재가 아니라, 박중훈 씨란 걸 깨닫기 바란다.  박중훈씨가 '지적 무능력자"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본인이야 말로 엄청난 금액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빨리 사과하기 바란다.

 

 

 

오랜만에 가수 김수철씨의 인기곡을 골랐습니다. 이 노래를 오늘 같은 케이스를 위해 작곡해 주신 싱어송라이터, 김수철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들을 곡은 <정신차려>입니다. 변희재씨도 함께 들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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