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 뉴스 김한영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추진했던 국제보트쇼의 내용을 부풀려 발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충격이다. 업무성과를 고의로 부풀리는 일은 회계적인 기준에선 감사(Auditing)와 징계의 수준을 넘는 기업범죄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 6월, 화성시 전곡항에서 두번째로 개최된 "제 2회 경기국제보트효 및 세계요트대회"의 성과를 왜곡하고 혈세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성과조급주의가 만든 일이다. 무리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한 후, 그 결과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표하지 않고 수치를 부풀렸다. 이건 엄연한 행정상의 실수가 아닌 대국민 범죄다. 물론 행사유치 초기 단계이니 만큼, 시행착오도 있고, 추정범위를 넘는 마케팅 예산에 무리수를 두었으리란 추측은 해보지만 이건 아니다. 국제비즈니스 일을 하면서 해외 페어에 자주 나갔다. 패션 쪽 일을 할 때 독일과 밀라노에서 열리는 섬유 텍스타일 전시회를 다녔고 텔레매틱스 관련 일을 할때는 라스베가스의 CES를 비롯 전가 가전쇼를 주로 다녔다. 비즈니스를 위해 유력한 바이어와 공급업자가 모이는 페어는 협상이란 전략적 과정이 꼬리를 무는 허브다.
세계적인 산업페어를 기획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필자가 다녔던 홍콩 전자전이나 하노버 가전쇼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나 CEBIT 는 단순한 국제쇼가 아니다. 첨단기술과 유통이 만나는 자리이자, 향후 기술 표준을 정하기 위해 우군과 적군을 나누는 치열한 경합의 장이다. 국제적인 쇼로 성장하면 쇼 자체로 벌어들이는 수익(총 계약액수)보다 주변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호텔값이 페어때 10배로 오르고 독일 하노버의 경우 주변 교민들은 도시락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정평있는 마켓쇼로 인식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페어에 오는 바이어의 질이다. 어떤 바이어가 모이는가? 두번째로 총 계약액수와 재구매율이 중요한 지표다.
일반 소비자가 저관여 상품(치약이나 비누 같은 것들)을 살때도 다른 브랜드로 전이하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를 재구매할때,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듯, 페어에서의 재구매율과 재계약 및 갱신은 페어의 성공적 유치를 추산하는 지표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장기기억 속에 남기 위해 최소 5년간 노출되어야 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김문수 지사가 과욕을 부리며 추진했던 국제보트쇼는 초기단계인건 감안해야 한다. 국제적인 노출도도 떨어지고, 바이어 퀄리티도 떨어질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실보고를 하지 않고 경기도민과 국가를 속이는 일은 범죄행위다.
이번 경기도 국제보트쇼는 관람객수와 수출계약액을 뻥튀기해 발표하고 참가업체를 무리하게 유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국제비즈니스 담당자가 CEO에게 보고할때, 실 계약건수와 액수를 속이면 어떻게 될까? 파면감이다. 계약도 단계가 있다보니, 이야기가 어디까지 무르익었는지, 양해각서(MOU)는 체결했는지, 주문과 동시에 예치금을 받았는지, 바이어 군별로 나누고 결과를 정리한 후 후속 작업에 들어가는게 상례다. 구매의향이 있다고 말한 걸, 실 구매액으로 쓰면 안된다. 113억이란 국민혈세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비판받아야 옳다. 김문수 지사, 무리한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수치를 왜곡하고 장부를 조작해놓고서 '감사를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는 식으로 베짱을 튀겼다. 조용필 콘서트에 온 관람객까지 실 관람객 수에 포함시키고 고객층을 나누어 중복집계했다.
이뿐인가? 수출상담액은 4721건, 약 3억달러, 수출계약및 현장 판매액이 8900만 달러라고 발표했으나, 거짓으로 판명났다. 수출계약업체와 전화 인터뷰로 밝혀진 사실은 계약건수 및 액수대비 80퍼센트가 부결된 사항이기에, 발표한 액수는 완전한 뻥튀기에 불과했다. 참여업체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요트쇼와 상관없는 업체까지 갖은 특혜를 주며 유치시켰다.
필자가 참여했던 CES나 CEBIT 같은 경우 중소업체는 장소하나 얻기도 쉽질 않다. 조명기구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들어가고, 부스 디자인도 값에 따라 다르다. 장소 마케팅이란 이런 것이다. 명성있는 장소를 만들면 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이 장소를 빛나게 하는 건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다. 체류비를 주며 로비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런던 요트쇼 (요트용 오디오 산업에 관심이 있어 들렀다)
회계학에서 장부를 조작한다는 표현을 Cook the Book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장부를 내 입맛대로 요리하는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는 사욕을 위해 수치를 '쿡'한 것이다. 엔론 사태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닐것 같다. 한 나라의 지자체 장이 시민들을 상대로 수치를 부풀리는 일. 감사의 수준을 넘어 감옥행이다.
2001년 12월초 파산 신청을 한 미국 에너지 기업체 엔론은 미국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거짓으로 회계장부를 조작, 부실기업인 엔론회사가 건실기업인양 행동했고 회사 유지를 위해서 정치자금을 미국의 상원의원 대다수에게 살포했다. 파산 신청 전 고위 경영진은 자신의 보유 주식은 고가로 팔아치우고 직원들에겐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킨뒤 파산을 했다. 도덕적 헤이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지금 김문수 도지사가 하는 행동이 딱 엔론의 모습이다. 그의 도덕적 헤이와 무리수가 만든 결과다. 113억이란 예산을 '쿡'하는 사람이라면 더 큰 예산도, 자신의 과욕을 위해 '조리'할수 있는 것이다. 쿡은 인터넷 서비스의 브랜드 명으로만 기억하고 싶다. '쿡'하지 말길.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게 이 곡을 띄웁니다. 하지메 미조구치의 연주로 듣습니다. 빌리조엘의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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