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_묵상-길을묻다_방산백토_30×29×20cm_2009
길이란 단어만큼, 중층적인 의미를 가진 말도 없습니다. 거리 한복판을 관통하는 널브러진 길을 포함해서 시골의 사잇길, 사물을 파악하는 방법, 혹은 시각 등 여러가지 의미가 들어있으니까요. 어제 경기도 미술관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패션의 윤리학>전시도록을 만들 예정인데, 제가 소개글을 썼으면 한다네요. 이런 영광도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전시도록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외국에선 이 전시도록이 고가의 정보자료로 팔립니다. 시대를 앞서, 트렌드를 읽고 해석하는 큐레이터쉽의 정수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 시도된 패션 관련 전시 중 제가 가장 애정을 갖고 보았던 전시였는데 이렇게나마 예쁜 방점을 찍게 되어 행복합니다.
한 길을 간다는 것, 그 길 위에서 때로는 멈춰서서 방향성에 대해 정돈된 질문을 하고 이제 자답할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얼마나 그 과정에 충실하게 임해왔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매달 아마존으로 구매하는 수 십권의 패션이론 관련 책을 충실하게 읽고 해석하며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적용도 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저항도 해야 합니다.
패션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미술 작품 속 백토로 만든 늘어진 신발처럼 발품을 팔아, 얻어낸 귀한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 저는 그것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조선 백자의 혼을 키우는 데 7할 이상의 역할을 한 것이 강원 양구 방산지역에서 나는 고운 고령토입니다. 작가는 그 백토를 신발의 형태로 구워, 발의 움직임과 길을 동시에 표현해 냈습니다. 패션을 통해 세상을 읽는 작업은 이렇게 두개의 갈래길을 함께 걸어가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오늘도 멋진 여행을 잘 해야 할텐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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